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 두고 전운 고조…대구 공직사회는 “홍준표 왜 이러나” 볼멘소리

2023.06.16 16:41 입력 2023.06.17 12:44 수정

홍준표 대구시장이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긴 글. 페이스복 갈무리

홍준표 대구시장이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긴 글. 페이스복 갈무리

홍준표 대구시장이 오는 17일로 예정된 대구퀴어문화축제 개최에 연일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원 판단까지 내려진 사안을 두고 강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시각에서다.

대구 중구는 17일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각종 부스 설치를 막기 위해 당일 오전 7시부터 행정상 강제집행(행정대집행)을 진행한다.

중구 소속 6급 이상 공무원 150명과 대구시 300명 등 450명이 동원된다. 행정대집행은 행정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 의무자를 대신해 관련기관이나 제3자가 의무를 대신하고 비용을 징수하는 제도다.

공무원들은 대중교통전용지구 1.05㎞ 구간의 왕복 2차로 및 인도에 축제 집회 측 부스가 설치되지 못하도록 막을 예정이다. 또 경찰과 협의해 부스 등 이미 행사 관련 임시시설이 들어선 경우 이를 철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행사 주최 측과 마찰이 불가피한 이유다.

대구시는 국내 처음으로 2009년 12월 중앙대로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구간에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과 보행자만 다닐 수 있도록 전용지구를 설정해 운영 중이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43곳이 연대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중구 동성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43곳이 연대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중구 동성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백경열 기자

중구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행사 당일 경찰이 대중교통을 우회하도록 조치하면 행정대집행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대집행을) 하게 되면 축제와 관련있는 물품이 최소한으로 쓰일 수 있도록 안전을 고려해 막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축제의 원활한 교통 관리를 위해 당일 오후 8시까지 동성로 일대에서 교통 소통관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축제 인력 등으로 인해 대중교통전용지구 내로 버스 진행이 어려울 경우 우회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도로에 장애물 등으로 시내버스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 되면 우회시키는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께서는 행사장을 피해 돌아가거나 현장에 있는 교통경찰 안내를 따라달라”고 말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5일 동성로상인회·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퀴어문화축제 반대 측이 낸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상인회 등은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피보전 권리로 주장하고 있지만 권리 제한에 대한 급박한 위험의 내용이 모호하다”면서 “대구기독교총엽합회 등이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가 실제로 열리는 경우 상인들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가 제한될 여지는 있으나 집회가 1년에 한차례 토요일에 개최될 예정”이라면서 “당초 신고한 시간보다 (집회 시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집회 개최로 제한되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43곳이 연대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중구 동성로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자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등 43곳이 연대한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25일 중구 동성로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자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백경열 기자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기본권의 충돌’에 대한 재판부의 불가피한 판단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강수영 법무법인 맑은뜻 대표변호사는 “(동성로상인회가 주장하는) 재산권과 집회의 자유 모두 헌법 상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한쪽이 기본권을 아예 포기하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해 재판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 번화가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여는 대구퀴어축제를 단연코 용납하기 어렵다”며 “도로 불법점거는 교통방해죄에 해당하며 용납치 않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가처분 신청 전후로 수차례 퀴어문화축제 개최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며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퀴어문화축제는 대구의 상징인 동성로 상권의 이미지를 흐리고,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공공성이 없는 집회”라면서 “앞으로도 대중교통을 방해하는 도로접거 집회 또는 일상화된 불법 도로점거 집회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법원 판단까지 나온 상황에서 대구시 행정수장의 수위 높은 반대 입장 발표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본부 중구지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홍 시장은 몽니를 그만 부리고 대구퀴어축제의 안전한 개최에 협력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를 막지 말라는 게 헌법과 법원의 판단이다. 경찰도 시민 안전을 위해 교통통제를 하겠다는데 홍 시장이 차별과 혐오의 말을 내뱉고 있다”며 “대구시민으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소수자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지우려 하는 차별과 배제의 논리는 더 이상 민주주의 사회에서 설 땅이 없다”며 “사회적 약자 배려 없는 민주주의는 결국 독재로 귀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도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라는 건데 시장이 나서서 분쟁을 일으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경찰 입장에서는 시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우회 등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퀴어문화축제 교통 관리를 위해 시내버스를 우회시키겠다는 경찰 방침에 “대한민국 경찰인지 퀴어축제 옹호경찰인지 참 어이없다”면서 “요즘 경찰이 왜 이렇게 변했는지 공권력이 불법 도로 점거 시위 앞에 왜 이렇게 나약해졌는지 걱정”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는 17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축제를 열 예정이다. 집회 신고 인원은 3000명으로 파악됐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퀴어축제 반대 측은 축제 개최지 인근 2곳에서 반대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한 상태다. 경찰은 이날 두 집단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인력을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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