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에 작은 균열일지라도…현대차 ‘킹산직’ 첫 여성 합격

2023.07.10 14:28 입력 2023.07.10 17:48 수정

“현대차 창립 후 여성 노동자에게

처음으로 열린 기술직 공채의 문”

금속노조, 합격자에 ‘환영의 인사’

지난 3월29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조원들이 ‘현대자동차 기술직부문 신입공채 0명, 2023년엔 달라야 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3월29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노조원들이 ‘현대자동차 기술직부문 신입공채 0명, 2023년엔 달라야 한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기술직) 공개채용에서 처음으로 여성을 뽑았다. 전체 합격자 200명 중 6명에 불과하지만 노동계는 여성에게 완전히 닫혀있던 현대차 기술직 공채의 문이 조금이라도 열린 것에 의의를 뒀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0일 “이번 신규 채용은 회사 창립 후 여성 노동자에게 처음으로 열린 기술직 공채의 문”이라며 “공채를 통해 여성으로 처음 입사한 6명을 비롯해 모든 합격 노동자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2023년 기술직 공채 합격자 200명에게 합격을 통보했다. 현대자동차 기술직은 높은 연봉과 복지, 안정적 고용 등으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킹산직(King+생산직)’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2024년까지 총 700명(2023년 400명, 2024년 300명)을 채용하는데 이번에 200명을 뽑았다. 남양연구소 연구직 15명을 제외하면 기술직 합격자 185명 중 6명이 여성이다.

현대자동차는 창사 이래 기술직 신입 공채에서 단 한 명의 여성도 채용한 적 없었다. 현재 현대자동차 기술직 직원 2만8000여명 중 여성은 500여명(2%)인데, 이들 대부분은 사내하청 소속으로 일하다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 이후 정규직이 됐다.

금속노조는 “추후 발표될 500명의 신규채용 합격자 명단에 더 많은 여성 노동자가 배제 없이 채용되길 바란다”며 “제조업 사업장에 모든 여성 노동자가 성별로 인한 차별 없이 채용돼 일할 수 있어야 하며, 또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월26일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엔진사업부 직원 이승은씨가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1월26일 울산 현대자동차공장 엔진사업부 직원 이승은씨가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고임금 생산직 일자리 채용단계부터 벌어지는 ‘여성 차별’은 성별임금격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 공장에서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들은 본사 정규직과 함께 생산라인에서 일하면서도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다. ‘여성은 남성보다 거칠고 힘쓰는 일을 기피하기 때문에’ 임금격차가 발생한다는 세간의 인식과 다르다.

법원이 2010년부터 순차적으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판결을 내렸지만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들은 2014년 노사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기아는 법원에서 모든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난 이후에도 한동안 여성 노동자를 배제했다.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에 여성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을 통해 여성 채용 차별이 문제가 되자 기아는 2018년 6월 사내하청 여성 노동자 26명을 정규직으로 처음 전환했다.

금속노조와 현대자동차지부,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도 청년여성들은 ‘여성이라 뽑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을 안고 구직활동에 임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는 2023년 기술직 부문 채용에 있어 공정하고 성차별적이지 않은 채용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자동차는 금속노조 여성위원회의 요구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채용에 여성을 더 배정할 것이냐’ 등에 관한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 더 알아보려면

‘제조업 고임금 일자리’의 대표주자격인 현대자동차 기술직 공채에 그동안 여성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이 같은 채용 성차별은 성별임금격차의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여성이 힘 쓰는 일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서 땀흘려 일하는 수많은 여성 생산직 노동자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경향신문 임아영 소통·젠더데스크가 ‘현대차 공장의 여성노동자들’을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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