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붓꽃처럼 생명 위험”…어르신들 인권위에 첫 ‘기후 진정’

2024.03.06 20:41 입력 2024.03.06 22:22 수정

평균 63세 노인 123명 동참

“정부, 탄소감축 등 책임 방기”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기후단체 ‘60+기후행동’ 회원이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노년층 기후피해 진정서와 함께 멸종위기종인 붓꽃 종이 모형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기후단체 ‘60+기후행동’ 회원이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노년층 기후피해 진정서와 함께 멸종위기종인 붓꽃 종이 모형을 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평균 연령 63세의 ‘어르신’들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기후 진정’에 나섰다.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해 노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60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 기후단체 ‘60+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은 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에는 123명이 참여했다. 진정인 평균 연령은 63세, 최고령은 92세다.

진정인들은 종이로 만든 노랑붓꽃·제비붓꽃을 들고 기자회견을 했다.

붓꽃은 생명력이 강하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노년층이 붓꽃과 닮았다는 취지의 퍼포먼스였다.

이들은 회견에서 “기후위기는 노년층에게 생명 박탈의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가 2020년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를 보면, 폭염 증가·기온 상승으로 인한 사망·질병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펴낸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에도 지난 10년 새 폭염 일수가 가장 길었던 2018년에 65세 이상의 온열 질환 사망자 수가 연평균의 2배 이상이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정인들은 국민의 생명권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에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협정에서 정한 기온 상승폭 ‘1.5도’(산업화 이전 대비)를 지키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인들은 기후위기로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겪을 위험에 대한 실태조사를 정부가 실시해야 한다고 보고, 이를 인권위가 정부에 권고할 것을 요구했다.

또 탄소중립기본법상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인권위가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지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기후위기 앞에 노년층을 비롯한 모든 세대가 붓꽃과 같은 위험을 겪고 있다”며 “한국이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붓꽃의 꽃말과 같은 좋은 소식을 꼭 전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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