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빠진 누더기”…시민단체, 인권위의 유엔 제출 보고서 규탄

2024.03.26 12:01 입력 2024.03.26 14:04 수정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시민단체가 한국의 여성 인권 상황을 담은 유엔 제출 독립보고서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내용을 삭제한 국가인권위원회를 비판했다.

‘경로이탈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6일 성명을 내고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빠진 인권위 독립보고서 채택을 규탄한다”며 “기존 인권위·유엔 인권기구의 권고를 무시한 엉터리 독립보고서”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전날 제6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에 제출할 독립보고서를 채택했다. 12개의 쟁점 중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내용이 과반의 반대·기권으로 보고서에서 삭제됐다.

공동행동은 “이충상·김용원·한석훈 위원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쟁점을) 빼야한다고 했다”며 “인권법안 제·개정을 국회에 권고하며 이끌어야 할 인권위가 오히려 전도된 주장을 한 것”이라고 했다.

2003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를 시작으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자유권위원회 등 여러 유엔 인권기구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해왔다. 인권위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정부에 꾸준히 권고해왔다. 공동행동 측은 “이번 결정은 유엔인권기구 권고에 반할 뿐 아니라 기존 인권위 권고에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내용은 과반의 찬성으로 독립보고서에 포함됐다. 지난 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빼자고 주장한 김용원·이충상 위원은 자신들의 반대의견을 보고서에 담아달라 요구했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공동행동은 “두 위원은 반대 의견이 있었음을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인권위가 무자격 인권위원들로 구성됐음을 실토하는 격”이라고 했다.

공동행동은 “인권위원들의 낮은 인권 의식, 성인지감수성의 결여로 엉터리 독립보고서가 나온 현실은 참으로 참담한 일”이라며 “쟁점 권고들이 누더기가 된 채 의결됐다”고 평가했다.

유엔 CEDAW는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의 유엔 여성차별철폐 협약 이행 상황을 오는 5월 중하순쯤 심의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국가인권기구가 얼마큼 후퇴했는지, 반(反)인권위원들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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