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일자리 지킨다더니···서울시 공모 탈락으로 10명 해고 위기

2024.04.29 17:30 입력 2024.04.29 17:47 수정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들이 지난해 12월27일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대응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대응 공동행동 제공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들이 지난해 12월27일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대응 공동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 대응 공동행동 제공

발달장애인 문석영씨는 지난해 10월 발달장애인 최초로 국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했다. 문씨는 자신과 같은 발달장애인을 만나 상담하고 취업 의욕을 공유하는 ‘동료지원가’ 일자리가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인해 폐지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문제에 공감하며 예산 복구를 약속했다.

동료지원가 사업은 호소에 힘입어 되살아났다. 올해 사업 담당부처가 고용노동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됐고 ‘동료상담가 사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러나 문씨는 또다시 동료 10명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고용 승계를 약속했던 복지부의 말과 달리 기존 동료지원가 사업을 수행하던 기관들이 지방자치단체 공모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2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복지부는 지난 1월 기존 동료지원가 사업 수행 기관들과 만나 동료지원가들의 고용 연속성을 약속했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동료지원가들의 고용 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지자체 공모가 이뤄져야 한다는 수행 기관들의 우려에 ‘유사 사업 수행 기관을 (공모에서) 우대한다는 조건을 사업지침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기존 동료지원가가 일자리를 잃지 않도록 지자체에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통한 사업비 확보와 신속한 사업공모 및 기존 근무자에 대한 고용 승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 예산을 받아 사업 수행 기관을 선정하는 서울시도 지난 3월 공고에 “최근 3년 이내 고용노동부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 등 유사사업 수행 경험이 있는 기관을 선정 우대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지난 26일 서울시 공모 결과 기존 수행 기관이던 성북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3곳이 탈락하면서 동료지원가 10명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공모에 지원한 21개 기관 중 14곳을 뽑았는데 공모에 응한 기존 수행기관 7곳 중 3곳이 탈락했다.

탈락한 단체들은 복지부 약속대로 고용 유지가 되지 않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2020년부터 사업을 수행해 온 홍정민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동료지원가 4명이 공모가 뜨면 다시 일하기로 한 상황이었는데 고용 유지가 되지 않자 생계 위협 때문에 다시 기초수급자로 전환한 분도 있다”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한 기관에 가점을 주겠다는 지침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진선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슈퍼바이저는 “서울시에서 지난해 11월 지도점검을 나왔을 땐 ‘실적이 우수하다’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며 “실적 증명서를 제출한 기존 기관들 대신 신규 기관들이 선정됐는데 어떤 평가 기준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고용 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고용 승계가 되는지 기존 수행 기관과 지자체에 확인할 예정”이라면서도 “지침이라는 것이 따르는 지자체도 있고 따르지 않는 지자체도 있기 때문에 통제할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에 고용 승계를 위한 조치 등 요청을 했지만 수용 여부는 지자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피한 것이다.

정작 서울시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고용 승계에 대해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의 사업 지침에 따라 우대 적용을 했지만 외부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 결과”라며 “(동료지원가가) 직업이 아니라 사업 참여자이기 때문에 고용 승계라는 (취지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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