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수 징계위 구성도 근로조건 해당…‘단체협약’ 논의 가능”

2024.05.08 14:15 입력 2024.05.08 14:26 수정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원이 교수 징계위원회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도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며 ‘단체협약’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지난 2일 학교법인 서강대학교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중재조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교수노동조합 조합원을 징계할 때 노조가 추천하는 1명을 징계위원회에 포함하라’는 중노위 중재조정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서강대 교수들은 징계와 관련해 신분 보호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학교 측과 19차례에 교섭을 진행했다. 주요 논의는 징계위 구성에 관한 것이었다. 서강대는 일반직원 징계위 구성에는 직원 노조가 추천하는 3인을 포함하지만, 교원 징계위 구성에선 노조 추천 위원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학교 측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교수노조는 반발했다.

수차례 단체교섭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교수노조는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에서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자 중노위는 ‘교수노조 조합원을 징계하는 경우 조합이 추천하는 1인을 징계위 위원으로 포함한다’는 중재재정을 내놨다. 중재재정은 중노위가 내리는 결정으로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이 있다. 그러자 학교 측은 “징계위 구성은 근무조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단체협약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며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년 넘게 심리를 진행한 결과 “징계위 설치와 구성 등이 사업장에서 공정한 인사·제재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원에 대한 징계는 학교의 인사권과 경영권에 속하지만 한편으로는 교원들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사용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지 않아 단체협약 또는 중재재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는 조합이 추천하는 1인이 규정상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위촉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징계위 구성을 강제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규정은 징계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보인다”며 “중재재정 자체가 위법하거나 월권에 의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법원은 홍익대학교가 교수 임금을 인상하라는 중노위 중재재정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립대학 교수노조도 임금을 비롯한 근무조건에 대해 학교 측과 단체교섭할 수 있다고 처음 판단한 판결이다. 이번 서강대 판결은 징계위 구성도 근로조건으로 인정해 단체협약 대상이 된다고 처음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장덕조 서강대 교수노조 위원장은 “임금교섭 이외에 대학교수들의 신분보호와 관련한 근로조건을 단체협약과 중재재정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서강대는 중노위를 상대로 5건의 소송을 더 제기했는데, 소송 남발을 멈추고 학교 전체 구성원과 교수들의 신분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강대 측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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