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유가족이 말하는 ‘참사 이후’···“모일 권리, 알 권리 보장 돼야”

2024.05.08 17:32 입력 2024.05.08 17:49 수정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8일 오후 ‘재난참사 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 가 열리고 있다. 전지현 기자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8일 오후 ‘재난참사 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 가 열리고 있다. 전지현 기자

세월호·이태원·오송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8일 국회 토론회 단상에 함께 올랐다. 재난 참사 피해자 권리 보호 방안을 토론하기 위해서다. 가족을 잃은 이들은 참사 이후를 ‘의문’과 ‘실망’의 연속으로 기억했다.

국가인권위원회·재난참사피해자연대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재난참사 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정책제안 토론회’를 열었다. 유가족들은 “혐오와 2차 가해 속에 참사를 제대로 추모할 권리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국가안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회에서는 먼저 “국가가 참사 생존자·희생자에게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정확·신속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지상준군의 어머니 강지은씨는 “난생 처음 참사를 당한 유가족들은 거듭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당시에는 내 가족이 살았는지, 어느 병원에 있는지부터 참사 이후에는 분향소가 어디에 설치되는지, 다른 피해 가족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이 슬픔을 어디에서 상담받아야 할지.” 강씨는 이 질문들에 대해 국가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동생을 잃은 A씨는 참사 이후 충북도 및 청주시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유가족에게 구조 상황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다”며 “정치인들이 와서 상황 브리핑을 할 때는 유가족들은 뒷전으로 밀려 먼발치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참사 수습과 장례 및 진상규명 과정에서 합동 49재를 올리는 동안 도청과 시청이 분향소를 기습 철거하는 등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재난 참사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군의 어머니 송해진씨는 “어떻게든 살아보려던 재현이의 치료·회복에 정치인들의 막말과 온라인 혐오 표현이 찬물을 끼얹었다”며 “희생자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등 거짓사실이 난무하는 것에 아이는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참사 43일 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참사 피해자들이 피해자 모임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씨는 “유가족 모임은 유일하게 ‘재난 피해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아이를 잃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유가족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만나게 됐다”며 “처음 봤지만 따뜻하게 대해주셨고 지금까지도 위안이 된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는 세월호 참사 10주기와 올해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년)이 종료됨에 따라 정부의 제5차 계획 수립에 담겨야 할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열렸다. 참사 피해자들의 발언 이후에는 행정안전부 안전사업조정과 관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정책제안 토론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재난 피해자의 ‘권리 문제’가 계획에 담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알 권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리 등 각각의 기본권이 구체화할 수 있는 실행 방안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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