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도서관이 책을 그만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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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 도서관이 책을 그만 산다고?

6분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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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너와 나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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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5.12. 금요일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독자님께 공공도서관은 어떤 의미가 있는 장소인가요? 제겐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에요. 초등학생 혼자 아무렇게나 방황하고 마구잡이로 공상해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는 곳, 도서관은 자유로운 놀이터였습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 구경하는 게 더 좋았어요. 수준에 맞지도 않는 어려운 책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곤 했죠. 한 번씩 펼쳐본 인문학, 사회과학 책 대부분은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했고요.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이상하게 마음이 뿌듯했어요.

이 사소하고 개인적인 추억을 한참 말씀드린 이유는 최근 서울 동작도서관이 내린 결정을 소개하기 위해서예요. '부자되기'를 위한 재테크 도서의 비율이 경제학 서가의 35%에 달할 만큼 많아지자, 관련 도서 구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인데요.

오늘 소개할 기사를 읽으며 잠깐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만약 어린 시절 거닐었던 그 서가에 돈 되는 빌라, 실전투자, 미국주식, 해외ETF 같은 책만 잔뜩 꽂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 책들 사이를 지나며 쌓인 추억도 지금처럼 애틋할지 궁금해졌거든요.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하게 되었고요. 기사를 함께 읽고 대화해봐요. 약 2분 분량입니다.

☑️ 서울 동작도서관은 5월부터 주제별 장서 균형을 위해 '시세차익형 재테크(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도서 구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 재테크 열풍이 몰아친 최근 2년간 도서관 이용자들의 투자 관련 도서 구입 신청이 크게 늘었지만 정작 대출 이용은 저조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 동작도서관 사서 장성우씨는 "'사람들이 꾸준히 보는 책은 무엇인지' '이 책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공공도서관의 책무"라고 했다.

“재테크 도서, 더는 구입 안 합니다”

2023.05.10. 전지현 기자

서울 동작도서관에서 장서구입 업무를 담당하는 19년차 사서 장성우씨. 그는 올해 초 교대근무로 자료실을 점검하다 ‘경제학’ 서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재테크 관련 서적이 6칸 높이의 책장 3개를 꽉 채울 정도로 빼곡했다. 돈 되는 빌라, 실전투자, 미국주식, 해외ETF 등 ‘부자되기’를 전면에 내세운 책들이 사회과학 분야 서가를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지나치다고 느껴질 만큼 많더라”고 느낀 장씨는 재테크 도서가 서가를 메운 이유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재테크 서적을 ‘들여달라’고 많이 신청한 게 주된 이유였다. 동작도서관은 이용자가 구입을 신청한 책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책을 구비하는 ‘희망도서 신청 제도’를 운영하는데, 재테크 서적에 도서 신청이 집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재테크 분야의 희망도서 신청 비율이 유독 높았다. 최근 2년간 새로 구입한 사회과학 도서 중 경제학 비중이 54%를 넘었고, 그 중 금융도서 비중이 35%에 달했다.

장씨는 가득 들어찬 책들을 보며 2년 전까지만 해도 꺼질 것 같지 않던 부동산 열풍이 떠올랐다. ‘영끌’ ‘벼락거지’ 등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에 한국 사회가 들썩였고, 부동산 투자 관련 도서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장씨는 “그때는 부동산 열풍이 정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잠잠해지 않냐”며 “그때 도서관들이 구입했던 신청도서들이 서가에 계속 쌓여 있는 셈”이라고 했다.

재테크 관련 책은 시장이 급변하는 특성상 시류에 맞을 때 몇 번 대출된 이후에는 다시 대출되는 일이 적은 편이라고 한다. 장씨는 “재테크 도서 중 꾸준히 나가는 건 극소수고, 참고용으로 한번 들춰보고 끝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쌓여온 서가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도서관은 최근 결단을 내렸다. 재테크를 주제로 한 도서에 한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희망도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동작도서관은 지난달 28일 “주제별 장서균형을 위해 5월부터 ‘시세차익형 재테크(주식/부동산/가상화폐 등)’ 도서 구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 도서관은 희망도서 신청이 활발한 편이다. 전체 도서관 자료구입비의 44.7%가 책정된 올해 희망도서 예산(6100만원)은 이미 절반 이상 집행을 마쳤다. 도서관은 예산의 50% 이상이 소진된 이후에는 ‘자료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선별, 구입할 수 있다’는 기존 공지에 근거해 재테크 도서 구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이용자들의 선호에 반하는 결정이기에, 쉽게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아니었다. 이번 조치에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장서를 꾸려가야 하는 사서들의 고충도 녹아있다.

장씨는 희망도서 신청 제도의 취지처럼 이용자들이 원하는 책을 전부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관리자로서 균형을 잡는 것’이 숙제라고 했다. 장씨는 “‘사람들이 꾸준히 보는 책은 무엇인지’ ‘이 책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공공도서관의 책무”라고 했다. 📝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기사 전문을 읽으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공공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독자님이라면, 최근 서울 마포구가 마포중앙도서관장을 파면했다는 뉴스를 이미 접하셨을 거예요. 마포구청의 도서관 운영에 대한 비판 의견을 SNS에 올렸다는 게 파면의 이유입니다.

내막은 이렇습니다. 지난해 11월 마포구청은 도서관 예산을 삭감하고 관내 작은도서관을 독서실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검토했어요. 소식이 알려지자 마포구민들이 나섰습니다. 작은도서관의 폐관 혹은 용도 변경을 막기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인 거예요. 결국 마포구는 "폐관 방침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요.

작은도서관의 존립을 위해 주민들이 이렇게 똘똘 뭉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받은 "책, 사람, 사회와 연결되는 느낌"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해요.

초등학생 시절의 제가 시립도서관 서가를 거닐며 느낀 뿌듯함도 "책, 사람, 사회와 연결되는 느낌"과 맞닿아 있어요. (비록 이해는 못 했지만😅) 책에 담긴 인류의 지식과 교감하며 시민 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소속감을 느꼈던 거예요. 어린이 이용자도 한 명의 시민으로 대해준 사서 선생님과의 '연결' 역시 언제나 즐거웠고요.

이렇듯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단순히 '무료 도서 대출'에 머물지 않습니다. 공공도서관의 진짜 소임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빈자부터 부자까지 시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인류의 문화유산에 접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는 거예요.

"도서관은 원자화, 양극화, 불평등의 시대에도 시민 사회의 근간이 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 뉴욕대 사회학 교수이자 공공지식연구소 소장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2018년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이렇게 씁니다. 그의 말대로 도서관은 다양한 시민들이 상호 작용하는 공간이자 조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로 기능하죠.

그런데 도서관이 재테크 서적으로 가득 차 버린다면 어떨까요? 도서관의 용도가 스터디카페나 독서실로 바뀌어 버린다면요? 도서관이 몇몇 사람들의 자기 계발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그곳을 '시민 사회의 근간'이자 '사회적 인프라'로 부를 수 없을 겁니다. 이것이 동작도서관이 "이용자의 선호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고요.

끝으로 레터를 열며 드렸던 질문을 다시 드리고 싶어요. 독자님께 도서관은 어떤 장소인가요? 오늘 점선면Lite를 통해 도서관에서 받았던 '연결의 느낌'을 잠시나마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식의 빛이 흐르는 창

지난 1월 서울시는 작은도서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용자가 적어 예산 낭비된다"면서요. 도서관의 가치를 이익과 효율로만 판단한 거죠. 차준철 논설위원이 앤드루 카네기 등의 일화를 인용해 작은도서관의 가치를 말하는 칼럼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작은도서관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어요)

주민 사랑방이 된 도서관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이 된 용인 수지구의 상현도서관을 취재한 기사입니다. 공공도서관이 어떻게 주민 소통과 연결의 장소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이곳 도서관은 책만 빌려주지 않아요. 특정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이 '휴먼북'이 되어 책 대신 독자와 소통하고 유용한 정보를 나누는 재능나눔 서비스가 대표적이에요.

독자님은 뉴스를 왜 보세요?

점선면팀은 독자님께 주 4일 레터를 보내드리고 있어요. 곧 발행 100일을 맞는데요, 그동안 저희는 항상 궁금했어요. 점선면을 읽는 독자님은 왜, 무엇 때문에 뉴스를 찾는 분일까요?

전해드릴 뉴스와 주제를 고를 때마다 가상의 독자님 얼굴을 떠올리며 고민했어요. 과연 이걸 궁금해할까?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느끼진 않을까? 혹시 점선면팀만 빼고 다 아는 내용은 아닐까?

그래서 독자님과 더 많이 대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월17일 수요일 점선면에서는 '뉴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잠깐 5분만 시간을 내실 수 있다면 아래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남겨주신 소중한 이야기는 점선면에서 다른 독자님과 공유하겠습니다.

오늘 주제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면

질문과 의견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구독자님의 이야기

📬 "명문대가 촉발한 줄세우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모두가 명문대를 갈 수 있다는 거짓말은 그만두고, 명문대를 안 가도 살 만한 세상, 그것을 위해 자사고와 일반고의 커리큘럼이 달라도 일반고와 마이스터고의 커리큘럼이 다른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 이 악몽이 끝납니다. 고등학교에서 더 다양하고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서열화가 아닌 차별화를 만드는 교육방식을 추구해야 합니다."(익명의 구독자님)

📝 "점선면 <‘명문고’ 만들면 ‘지방’이 살아날까>를 읽고 한 독자님께서 이런 의견을 보내주셨어요. 생각할 지점이 많은 의견이었습니다.

점선면에서 역대 정부 중등 교육 정책이 ‘다양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결국 본질은 ‘서열화’로 귀결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는데요. 구독자님 말씀대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교육이, 직업이, 그리고 삶 자체가 진정한 의미에서 ‘다양’해지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사고가 필요하다고 보시는 분들도 아니라고 보시는 분들도, 현재의 과도한 경쟁이 비효율과 고통을 양산하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시는 것 같습니다. 학교의 ‘좋음’ ‘나쁨’이 아니라 ‘다름’이 인정받으려면 학교 바깥 사회가 변해 줘야 할 테지요. 어떤 삶이든 존중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쪽으로요. 그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함께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 "휠체어 이용 장애인인데요. 아무 이유 없이 들어올 수 없다고 막무가내로 막아서는 식당도 있었습니다. '노키즈' '노시니어' '노장애', 그다음은 뭘까요?"(신나리님)

📝 점선면Lite <초가삼간 태워버린 노키즈존>을 읽고 보내주신 독자님 의견이에요. 사실 노키즈존과 노시니어존이 등장한 배경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이 출입할 수 없는, 사실상의 '노장애인존'을 용인해온 오랜 차별의 역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차별은 결국 모든 사람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