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Lite] 👮 장갑차와 평생 구금이 범죄 예방책?

점선면

[Lite] 👮 장갑차와 평생 구금이 범죄 예방책?

7분 2023.08.10

흉기난동 칼부림 경찰 엄벌주의 테러

🔪

불안을 부추기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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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레터

2023.08.10. 목요일

단체 채팅방에서 서로 걱정 섞인 안부를 묻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독자님은 안녕하신가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오경민 기자입니다. 낯선 생각으로 데려다주는 기사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또 흉기 난동이야?” 혹은 “세상 참 흉흉하다”는 말, 요즘 자주 들으셨지요? 강력범죄야 잊을만 하면 발생했지만,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일상 공간에서 칼부림 사건이 여러 건이나 벌어지니 주변에서 여느 때와 다른 긴장과 불안이 느껴집니다. 온라인에 각종 살인 예고도 이어지고 있고요.

혼란은 저만 겪는 게 아닌가 봅니다. SNS 등에서 실제로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흉악범죄 관련 가짜뉴스도 속속 공유되고 있거든요. 흉기 난동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도 만들어졌고, 호신용품 수요도 갑자기 늘어났다고 해요. 저도 덩달아 '내 몸은 내가 지켜야지' 하며 유튜브에 호신술을 검색해 봤어요. 그러면서 제 안전이 저에게만 달렸다는 느낌에 억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흘 전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는 기관총을 든 경찰과 거대한 장갑차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현장 사진을 보고 느낀 것은 안도가 아니라 공포였어요. 번화가를 안심하고 걷던 일상과는 한걸음 더 멀어지는 기분이었거든요. 독자님은 어떠셨나요? 4분 분량의 기사를 읽고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 지난 7월21일에는 서울 신림동에서 30대 남성이, 8월3일에는 분당 서현역에서 20대 남성이 불특정 다수를 흉기 등으로 공격했다.

☑️ 검찰과 경찰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경고사격 없는 실탄사격' 등 엄벌을 기조로 한 대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 전문가들은 실효성 없는 편의주의적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시민사회는 공권력 남용을 우려한다.

"실효성 적고 공권력 오·남용 소지 크다"

2023.08.06 윤기은·이유진·전지현 기자

지난 6일 서울 강남역 교차로에 경찰특공대 소속 장갑차가 비상대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서울 신림동 길거리, 경기 분당 서현역 쇼핑몰 등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정부가 대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법무부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과 보건복지부와 함께 당사자·보호자 동의 없이 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 등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경찰청은 사상 처음으로 특별치안활동을 펴고 있다. 흉기소지 의심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급박할 때는 경고 절차를 생략하고 총기를 사용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대책이 실효성이 적을 뿐더러 인권침해나 공권력 오·남용의 소지도 크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자 혐오 부추기는 '사법입원제'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통화에서 “법무부가 대응책으로 사법입원제도를 거론하는 것은 ‘정신 상태가 나쁘면 비슷한 범죄를 일으킨다’는 전제를 두고 있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자를) 집단혐오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한 교수는 “이미 강제 입원 대상이 될 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법입원제를 한다고 과연 이 사태가 없어질지 의문”이라며 “형사·사법 권력을 동원해 정신질환자를 처벌·감금하면 인권침해, 교화 가능성 차단 등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사법입원제는 “흉기난동 문제의 본질과 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정신질환 기록이 없는 신림동 사건 피의자는 아예 사법 입원 대상도 아니고, 서현역 사건 용의자의 경우에도 피의자가 ‘사회가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전문의와 법원이 사법입원 대상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이 일어난 2019년에도 사법입원제 도입을 추진하려다 흐지부지됐다. 정신장애인단체 등이 “강제입원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혐오를 강화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입장문을 통해 “사건과 정신질환의 정확한 인과관계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정신질환에 대한 막연한 오해와 편견, 그로 인한 혐오는 결국 치료와 회복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땜질식' 처방"

법무부는 이상동기, 흉기난동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이 적용되지 않는 무기징역형을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일어난 이상동기 범행은 “자신이 처벌받게 될 것을 알면서도 행동한 것”이라고 말한다. 형량을 강화한다고 예방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최근 흉기난동 사건은 가해자가 사회에서 좌절과 실패를 겪고 분노, 불만이 쌓인 데다 외부인과 사회적인 유대의 끈이 없어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낄 때 나오는 행동”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자제력이 없는 가해자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두려워해 범행을 철회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교수는 “최근 일어난 흉악범죄자들은 경찰에 잡히든 말든 자기가 속에 품고 있던 분노를 알리려는 목적이 더 크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법무부가 시민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한 대응책을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형벌 강화와 범죄억지력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6년 비교형사법연구지에 실린 ‘형벌 중형화에 관한 비판적 검토’ 논문에서 연구진은 “(형벌의 강화 현상은) 대중의 여론에 떠밀려 정치인들이 곧바로 반응하는 ‘형벌 포퓰리즘’의 모습으로 이뤄졌다”며 “2010년 이후 살인, 강도, 성범죄 등에서 양형기준에 따른 평균 형량이 증가했지만, 2014년 강력범죄는 2005년 대비 166.2%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불심검문·총기 사용 '엄포'에 과도한 공권력 투입 우려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프리랜서 성모씨(28)는 “‘수상한 사람’이나 ‘총기 사용 경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의문이고, 자칫 권한이 남용될 수 있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대학생 윤모씨(20)는 “갑자기 검문을 당하면 불쾌할 것 같고, 당황한 모습이 경찰 눈에 ‘수상한 사람’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영장 없는 불시 검문·검색을 못 하게 하려고 수십년간 수많은 사람이 피·땀 흘리며 싸워 쟁취했는데, 그걸 하루아침에 뒤집는다” “검문, 진압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죽음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랑희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검문 등 방식으로 특정한 나쁜 사람들을 찾아내거나 그 사람들을 사회와 격리하면 안정감을 주리라는 것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며 “지금의 상황은 일종의 ‘현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 대책의 면면을 보면 문제 상황을 ‘시민 대 시민’의 갈등으로 해석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상동기 흉악범죄를 ‘복지 영역’의 문제로도 인식해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웅혁 교수는 “강력한 처벌정책으로 범죄억제력이 발동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편의주의적인 것 같다”며 “범정부적 차원에서 비슷한 종류의 범죄에 대한 데이터를 집계하고, 생애주기적 초기 개입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상희 교수는 “정부는 극단화한 계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내놓은 대책은 각자도생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며 “사회·정치·경제 등 다방면에서 장기적이고 거시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랑희 활동가는 “법 전문가 외에 정치·사회 영역의 전문가들을 통해 현상의 근본 원인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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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의 대응책은 엄벌과 단속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초강경 대응"을 지시했고, 국민의힘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만들겠다며 사형 집행 재개까지도 언급했어요. 법무부는 당사자와 보호자 동의 없이 환자를 강제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경찰관에 대해 면책규정을 적용하겠다며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고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당사자·보호자 동의 없는 강제 입원, 경고사격 없는 실탄사격…. 국가가 나서서 절차의 예외를 만들고 있습니다. 깊이 있게 논의해볼 만한 제도도 있지만, 과잉진압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사안도 있어요. 실제로 지난 5일 경기 의정부에서는 천변에서 달리기를 하던 한 중학생이 경찰의 무리한 불심검문 과정에서 다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오늘 전해드린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에 대해 “흉기 난동의 본질과 멀다” “형벌 포퓰리즘”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범죄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일정한 효과를 가진다”는 의견도 있어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7일 칼럼에 쓴 내용입니다. 하지만 장 교수 역시 경찰 면책 범위를 넓히려면 반드시 그 요건을 엄밀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했어요. 좀 더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고립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현역과 대전 한 학교에서 각각 흉기를 휘두른 피의자들이 평소 망상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신질환자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졌습니다. 관련 단체는 "정신과적 진단이 곧 범죄 원인인 것처럼 암시돼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고, 정신질환자 당사자·가족들은 “환자 관리를 가족에게만 맡겨놓은 것이 가장 문제”라며 “국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거듭된 사건 앞에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건 분명합니다. 다만 ‘가두겠다’ ‘쏘겠다’ ‘죽이겠다’ 같은 위협으로 흉기 난동을 막고 사회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배제의 언어로 공포를 부추기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켜주지 못한 이들에 대한 사과나 애도의 말, ‘우리는 안전한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약속, 실효성 있는 중장기적 대책 마련을 국가에 바라는 것은 과도한 기대일까요.

사과하던 경찰, 이젠 엄포를 놓는다

몇 년 전 경찰은 용산 참사,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망 사건 등에서 과잉진압과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사과했습니다. 4·3 사건 추념식,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도 고개를 숙였고요. ‘공권력 절제’를 약속한 경찰은 최근 태도를 바꿨습니다. 파업 이슈가 있을 때마다 ‘무관용’을 내세우고 특공대 투입을 준비하기도 했죠. 정권에 따라 바뀐 경찰의 태도를 짚은 기사입니다.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자세

정부는 일련의 사건을 ‘사실상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책 <유류품 이야기>를 쓴 로버트 젠슨은 9·11 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사건 뒤 시신을 수습해 유족의 손에 돌려주는 일을 했습니다. 그는 “항상 중요한 것은 생존자 그리고 사망자의 가족”이라고 강조합니다. 기사는 재난이 국가가 공동체 구성원을 어떻게 대하고 책임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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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와 함께 사는 일하는 여성입니다. 요즘 방학이죠. 매일 점심 해결을 위해 나름 고군분투 중입니다. 아이와 함께하며 제일 필요했던 것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첫째는 ‘9 to 6 꼭 지켜야 하는지’ 입니다. 하루 8시간 근무가 아닌 6시간 근무만 해도 아이와 함께 충분히 저녁 생활을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둘째는 초등 3학년 이상이라고 해서 아이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돌봄 선생님을 육성하여 초등학교에서라도 아이들을 돌봐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학원으로 돌리는 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을 게 하나도 없지만,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하는 겁니다. (타리님)

📬 맞벌이 부부 가운데 특히 여성은 ‘회사에서 퇴근해 집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우 극심한 가사노동을 겪습니다. 퇴근하면서는 ‘저녁에 뭐 먹지’부터 ‘주방에 쌓인 설거지는 또 언제 하나’까지 생각하지요. 특히 이 생각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하고, 스트레스로 작용하곤 합니다. 단순히 몸으로 하는 ‘노동’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해 생각하는 것도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생각의 과정을 ‘노동’이라고 여기지 않는 경향이 큰 것 같아요. 이번 점선면을 통해 지적한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노동과 인권의 문제와는 별개로 과연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까, 빈부격차가 극심한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빈부격차’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씁쓸한 생각과 우려도 들었습니다. (하얀나라)

📬 대부분 사람들이 외국인 가사 노동자 도입은 아니라고 하는데, 돌봄의 노동을 해보지도 않고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방향을 바꿔 움직이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문제는 아는데 해결점이 안 보여 답답한 마음입니다. (익명의 독자님)

📬 돌봄과 관련된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돈을 주는 만큼 사람을 대하더라고요.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익명의 독자님)

📝 8월9일 점선면 <외국인이 출생률을 구할까?>편에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이야기예요. 특히 타리님께서 돌봄의 어려운 점을 설명하시면서 '초등학교 돌봄'을 언급하셨는데, 아마 2025년 전면 도입을 목표로 현재 시범사업 시행 중인 '늘봄학교'와 비슷한 형태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돌본다는 건데요, 일부 돌봄 부담과 자녀 안전에 대한 걱정은 덜겠지만, 초등학생 자녀가 거의 온종일 학교에서만 무엇을 하며 지낼지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 걸어둔 관련 기사 링크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하얀나라님께서는 제주 신공항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말씀도 전해주셨어요. 점선면팀 역시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는 사안입니다. 이슈 제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