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피아] 🎓'디지털 디톡스'는 비우는 것인가?[1월의김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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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는 비우는 것인가?[1월의김스피]

13분 2024.01.31

디지털디톡스 새해 비움 음악 큐레이션

인스피아 2024년 1월 마지막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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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 김스피

받는 사람 : 연구자님

‘디지털 디톡스’는 비우는 것인가?

[1월의 김스피]

2023년 미국에선 LP 판매량이 35년만에 CD를 추월하기도 했습니다(링크). 29일 애플뮤직클래식은 인간 큐레이터, 연주자의 플레이리스트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한 '오프라인' 노스탤지어 현상일까요? / ⓒUnsplash

>1월 레터의 비하인드 : ‘디지털 디톡스’는 비우는 것인가?

>1월의 해찰 피드 : #피의사실공표 #인터넷,공간 #재난들

>지난 편지 해찰 : #FOBO의 시대 : 선택, 혹은 실패할 각오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2024년을 여는 첫 달이자, 연재 주기를 소폭 조정한 뒤 첫 달이었습니다. 게다가 정비 차 첫 주를 쉬는 바람에 이번달엔 지난 셋째주 출퇴근 관련 회차(💌지하철 의자가 사라진 날 : 의자는 ‘사치’인가?)‘만 보내드리게 되었는데요. 이 때문에 레터가 조금 밖에 오지 않아서 쓸쓸하다는 반응을 보내주신 연구자님도 계십니다.

저 역시 왠지 조금 마음이 섭섭하기도 하고 화요일쯤이 되면 긴장이 되어 밤에 누웠다가 잠이 깨기도 했습니다. 몇번이고 책상에 놓인 달력의 숫자를 세어보고 아, 이번주는 연재가 없는 주구나...라고 확인을 하고서야 안심을 하곤 했습니다. 오랜 습관이 참 무서운 것이구나 싶습니다.

대신 말씀드렸듯이, 연재 주기 조정을 하면서 공휴일 관련 휴재는 없앴기 때문에 다음달엔 설날 연휴와 상관 없이 정해진 주(첫째, 셋째, 마지막주)에 레터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새해이기도 해서 그런지, 북마크를 해둔 기사들의 갈무리를 하다보니 도파민이나 디지털 중독 관련 보도들이 많이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한 언론사는 ‘도파민 인류’라는 제하의 신년 기획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요(링크). 이용자를 '중독'시키는 알고리즘 비즈니스 때문에 우리는 집중력을 잃고 있으며,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떤 카페는 아예 휴대폰을 잠금장치가 달린 상자에 넣게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평소 멍하니 쇼츠나 새 글이 없을 때까지 SNS를 눈팅하다가 잠을 설치고 눈물을 흘리곤 했기 때문에, 관심 있게 관련 보도나 책들을 읽어 왔는데요.

문득 최근 이와 관련된 생각을 하게 될 계기가 있었기 때문에 짧은 해찰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1월 레터의 비하인드 : ‘디지털 디톡스’는 비우는 것인가?

새해에 저는 자주 접속하는 앱인 유튜브 메인화면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구글의 첫 화면처럼, 시작화면에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목록이 뜨지 않도록 바꾼 것인데요. (유튜브는 지난해 중순쯤부터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해당 기능을 시험 적용을 시작했다가(링크) 모든 사용자를 대상으로 확대했다고 합니다.)

평소 저는 주로 음악을 듣는 용도로 유튜브를 사용하고 있지만, 가끔 유튜브에 들어갈 때마다 메인에 뜬 신기한 쇼츠(1분 이하의 짧은 동영상)를 멍하니 보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곤 했던 저는 메인 화면을 깔끔하게 정리하게 되었고, 이처럼 알고리즘에서 '해방'된지는 대략 한 달정도 된 것 같습니다.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라고 할까요.

그런데 이처럼 막상 소박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고 나니, 예상과는 다른 - 의외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통상 디지털 디톡스라고 하면 '비우는' 것을 생각하지만, 어쩌면 디지털 디톡스란 실상 '채우는 과정'에 훨씬 가깝다는 것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이 정지된 메인 화면의 모습. 쇼츠 탭을 눌러도 '동영상을 볼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만 나옵니다. (왼쪽) 스마트폰 이전 시기 인기를 끌었던 mp3. 직접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 플레이리스트를 꾸려야 했기 때문에 노래를 폴더별로 구분해 정리하고 공책에 듣고 싶은 노래를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iriver

저는 알고리즘 추천 기능을 삭제하고 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열심히 상황별 재생목록을 만들고 있는데요.

원래는 이런 걸 만들지 않고 그냥 멍하니 알고리즘의 선택을 하면 되었는데, 귀찮고 번거롭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문득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예전엔 어떤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굳이' 음반점에 가서 음반을 구입해야했고, '굳이' 내가 듣고 싶은 mp3로 플레이리스트를 꾸리는 게 대체로 기본이었습니다. 조그만 용량에 어떻게든 좋아하는 노래를 꾸리기 위해 아예 노트에 듣고 싶은 노래 제목들을 빼곡히 적어두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잡지에서 소개된 추천 신곡이나 라디오에서 듣다가 깜짝 놀란 음악 제목 등이요.

그리고 이번에 새삼스럽게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만들다보니 생각보다 내가 좋아했던 것이 이렇게 적었구나! 하는 씁쓸한 깨달음도 따라왔는데요.

이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음악 다락방'에 쌓인 먼지를 터는 느낌으로 음악과 관련된 서적들을 보고, (음악을 추천받겠다는 목적으로) 웹진이나 뉴스레터 등을 살펴보고,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고, 라디오를 들어보거나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수년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참, 이상한 일이죠. 그동안 저는 거의 매일같이 '음악'을 들었는데요!

그간 항상 유튜브에 들어갈 때마다 '무언가들(시청자 맞춤 동영상)'이 잔뜩 떴기 때문에, 내 안이 텅 비워져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어쩌면 더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비어있었는데, 비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죠.

그간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은 '비움'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왔습니다.

고요하지만 헛헛한 유튜브 메인화면을 앞에 두고서, 지금의 저는 '과연 그럴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5박 6일동안 나를 ‘도파민 덩어리’ (스마트폰 등)에서 떨어뜨려주는 체험을 하는 고요한 숲 속 템플스테이라든지, 강제로 몇시간이나마 자물쇠를 찬 박스에 스마트폰을 맡기는 느낌이죠. 그로부터 나를 "현혹시키는" 모든 번뇌에서 떨어질 수 있으며, 그게 가능하다면 내게 "충만한 삶"이 찾아오는 것처럼요.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맡기고 그 시간에 '책'을 볼 수 있다는 컨셉의 북카페를 보았을 때, 약간의 의아함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체 저기 있는 사람들은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과연 무슨 책들을 보고 있는걸까? 하고요. 당연한 얘기지만 책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며, 그 책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이 아니고 '뭔가 좀 뿌듯한' 느낌을 위해 억지로 읽는거라면 어차피 곧 질리고 말텐데요.

물론 이런 '체험'이 우리에게 다른 종류의 참신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런 이미지는 어쩌면 우리가 디지털 디톡스의 본질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게 했던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비운다고 해서 저절로 그 안이 채워지진 않을 것입니다.

장독 안에 낙엽과 빗물이 고여있었을 때 이를 비운다고 해서 비운 자리에 저절로 값진 것이 채워지거나 쓸모가 생기는 건 아닌 것처럼요. 그 안을 비운 뒤 무엇을 그 안으로 채울지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죠. 실제 잠깐 이를 비우는 데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만약 그 안을 나의 나름대로 채우지 못한다면 다시 원상복구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무엇'으로 그 안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는 결국 각자의 일일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유한 키워드는 결국, 그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 호기심, 나름의 마음 쏟기(헌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알고리즘에 의지했을 때는, 그런 것들이 없이 그저 내게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데요.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결국은 이를 직접 채우는 조금의 번거로움과 나의 취향을 위하여 - 관심사를 탐구하는 마음, 각별함으로 나의 시간과 공력을 쓴다는 것입니다.

단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즐기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산하는 생산자와 연결자를 후원하여 생태계의 한 책임자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연결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 저는 기계가 쓴 글보다는 사람이 쓴 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을 좋아하듯, 알고리즘의 추천보다도 놀라움과 의외성을 주는 추천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29일 애플은 '애플 뮤직 클래시컬'을 출시했는데요. 이 서비스 소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모든 추천을 알고리즘으로만 하지 않고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윤찬이 좋아하는플레이리스트' 등 인간 큐레이터를 기용했다는 점입니다.(링크)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평소 클래식을 잘 듣지 않는 편이지만, 이런 추천이라면 관심이 갑니다.

실제 애플뮤직은 알고리즘 뿐 아니라 탁월한 음악 취향을 지닌 인간 큐레이터(Applemusic Curators)의 추천을 병행해 온 전략으로 유명합니다.

약 반세기 역사를 가진 돌레코드의 내부. 비디오점에서든 음반가게에서든 '안목있는 점원'의 존재가 중요했습니다. “이 동생이 아주 음악에 미친 친구였어요.”[...]돌레코드가 다른 곳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던 것은 김세환 씨의 탁월한 안목 덕이라는 게 김 사장의 얘기다.(왼쪽·링크) 힙합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평을 듣는 전설적인 큐레이터 Tuma basa(링크) 그가 만든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는 900만명이 넘는 사람이 팔로우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경향신문, Youtube blog

안목이 있는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역시 내가 직접 낯선 것에 깜짝 놀라보는 경험이 중요하겠죠.

음악과 기술 인터페이스에 관한 폭 넓은 고찰을 해온 작가 폴 라메르(Paul Lamere·링크)는, <다른 방식으로 듣기>에서 알고리즘을 벗어난 우연한 만남의 가치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스포티파이의 ‘디스커버Discover’ 기능을 이용하는데 제 음악 취향에 대한 예측이 너무 정확해서 무서울 정도입니다[…]그 음반은 제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이제껏 수많은 음반을 구경하면서 본 기억조차 없지만 저의 컬렉션에 있는 다른 음반들과 정말 비슷한 느낌이어서 어쩐지 들은 적이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제가 들은 적 있는 음악과 실제로 비슷하기 때문일 겁니다. <놀랍지> 않은 음악이죠.
놀라움은 ‘발견’과 다릅니다. 우리 모두를 끌어들이고 우리의 시간을 최대한 그들 제품에 쓰게 하는 데 혈안이 된 거대 디지털 기업에 놀라움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구글은 우리가 뭔가를 검색할 때 우리를 ‘놀라게 하고’ 싶어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미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찾기를 원해요[…]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악 추천 서비스는 우리가 좋아할만한 음악을 제공해주려 합니다. 적어도 끄지 않고 놔둘 법한 음악을 틀어주려 하죠. 그런 음악은 우리가 전에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 같은 음악이 아니에요. 처음 듣는 음악은 지금까지 들은 음악 중 최고일 수도 있어요. 제가 포스트 익스포저를 통해 고스트의 앨범들을 구해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것처럼요. 최악일 수도 있습니다[…]<오프라인>에서는 그와 같은 시스템을 전복하기 쉽습니다. 서점에 걸어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쉬울 수 있어요.
-데이먼 크루코프스키, <다른 방식으로 듣기>(링크)

이처럼 '놀라움'과 '발견'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발견이 단순히 무언가에 맞닥뜨리는 일이라면, 놀라움은 그것이 내게 다가와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충격’을 주는 것이죠. 그리고 놀라움은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적당히 조합한, 안전하기만한 무언가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놀라움'을 삶에 더 많이 들일수록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할 때, 더 많은 놀라움을 주지 못하는 방식의 삶을 지속하는 것은 다소 뻔하고 지루한 일일 것입니다.

오늘날 디지털-콘텐츠의 문제(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의 문제)를 '중독'의 틀로만 바라보는 것은 제법 간편하고 매력적인 일입니다.

이는 결국 어떤 궁극적인 문제와 해결이 바깥에 존재하며, 이 문제를 처치하기만 하면 자연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상정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느정도 플랫폼 기업들이 중독의 요소를 비즈니스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실은 스마트폰이 생기기 이전에도 딱히 우리 모두가 놀라움과 유익한 볼거리로 넘치는 삶을 살지는 않았고 - 어떻게 삶의 시간을 의미 있는 것들로 채울지는 수십년, 수백년 전 사람들에게도 역시 어려운 문제였죠.

불과 수십년 전 미디어비평가들이 TV를 향해 쏟아낸 신랄한 비판들을 읽고 있노라면, 그 때의 비평가들은 우리의 집중과 진지함을 모조리 뺏어간 '바보 대마왕' TV가 사라져가는 오늘날 - 오히려 사람들이 TV를 그리워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의 저는 저의 경험들을 '놀라움'으로 채우기 위해, 조금은 번거로운 일들을 자처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결국 특정 플랫폼을 벗어나거나, 음악 잡지를 구입해보거나, 먼지쌓인 플레이어를 다시 서랍에서 꺼내보는 엉뚱한 시도를 포함하게 될지도 모르겠는데요.

이는 단순히 어떤 플랫폼을 사용하느냐, 혹은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놀라움을 위한 여정일 것입니다.

👤1월의 해찰 피드 : #피의사실공표 #인터넷지형변화 #재난들

1월 한 달간 SNS에서 특별히 이슈가 되었던 기사, 이슈가 된 사건 등에 대해 생각해볼만한 좋은 칼럼 등을 소개합니다.

#피의사실공표

법조항은 있되, 70년 간 해당 혐의로 기소된 건수가 0건인 '죄'가 있다고 합니다. 피의사실공표죄입니다.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피의 사실을 사전에 공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인데요.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수사 과정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 원칙은 공공연하게 무시되어왔습니다. ‘알 권리’ 등의 이유로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가야 할까요?

법률상 범죄인데 행정규칙상 허용?

독서 시간: 약 10분 / 글자수 : 약 6000자

👤글 속 한문장

“피의사실공표죄는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다. 기본적으로 피의자의 인격권 등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민감한 피의사실이 공개되면, ‘여론 재판’에선 이미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다뤄진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의미를 잃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상실될 우려가 있다[...] 조항만 놓고 보면 모든 피의사실공표는 처벌받게 된다. 그런데 법무부와 경찰청은 내부 훈령을 통해 피의사실공표의 예외를 규정하고 공보 활동을 하고 있다. 법적인 근거가 없이 내부 행정규칙에 근거해 공표행위가 이뤄지는 건 문제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우리나라 형법의 역사와 함께해온 피의사실공표죄가 왜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역사적 맥락과 문제를 짚고 있는 분석 기사입니다.

진실과 정의는 ‘포토라인’에 있는가

독서 시간: 약 3분 / 글자수 : 약 1300자

👤글 속 한문장

“포토라인은 늘 논란거리였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수사나 재판이 끝나지 않은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공개 소환해 언론 앞에서 망신 줌으로써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이 상존했다. 여러 논란 끝에 검찰은 2019년 10월자로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했다. 다만 경찰과 공수처는 공개소환을 유지하고 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김형남 군인권센터 소장의 칼럼입니다. 과연 포토라인 앞에서의 문답이 '알 권리'와 어디까지 연관이 있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넷, 공간

전세계적으로 10대 이하의 젊은세대들이 점차 공개된 커뮤니티, SNS에 글을 쓰기보다도 점차 소수의 지인들만 있는 공간에서 소통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행동의 이유는 여러 맥락에서 해석이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는 캔슬 컬처나 SNS 추적으로 인한 리스크와 노출 피로감(잊혀질 권리), 기업화된 인플루언서 생태계 등의 차원입니다. 새로운 세대가 주축이 되는 시대엔 앞으로 인터넷 생태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지 궁금합니다.

한편 오늘 에세이에서도 살펴보았듯, OTT의 시대에도 여전히 면대면의 소통, 몰입된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이 존재합니다.

10대들은 '인터넷 광장'을 떠나고 있다

독서 시간: 약 4분 / 글자수 : 약 2100자

👤글 속 한문장

“요즘 이용자들은 SNS 대신 비공개 그룹 메신저나 채팅에 특화된 '끼리끼리' 소통에 익숙해지고 있다. 관련 업체들도 이런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메타는 자사 채팅 음성 메시징 앱 메신저(Messenger)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텍스트, 동영상, 전화 등을 비공개로 전환해 제삼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완전 암호화된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메시지를 보내고 받는 사람만 해독할 수 있고, 메타조차 해독할 수 없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최근 젊은 세대들이 공개 SNS, 커뮤니티 등을 피하는 현상 및 그 이유를 분석한 외신보도들을 종합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최근 국내 각종 커뮤니티, SNS에서도 이슈가 되었는데요. 과연 이런 현상이 '한 때'의 현상일지,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 그렇다면 어떤 변화일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이 기사를 읽으며, 어쩌면 젊은 세대들의 '광장 기피'는 윗세대들의 체험을 '반면교사' 삼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점차 극단화된 커뮤니티에서 '눈팅 유저들'이 많아진 현상을 짚어본 지난 레터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링크)

거장의 연주 ‘보러’ 영화관 향한 5만명

독서 시간: 약 3분 / 글자수 : 약 1600자

👤글 속 한문장

“극장에서는 다르다. 완벽하게 집중한다. 블록버스터를 보러 온 관객이 아니라 사카모토 류이치의 연주를 들으려 찾아온 팬들이다. 잠깐 물을 마실 때에도 조심스럽고, 휴대전화를 꺼내는 일도 없다. 오로지 영화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 경우에는 사카모토의 연주에 몰입하기 위해서 ‘극장’이라는 공간의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한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지난해 3월 세상을 뜬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를 담은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가 지난해 12월 개봉했습니다. 별다른 사건 없이 8일간 무채색의 스튜디오에서 그저 그가 20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다룬 다소 '심심'하달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무려 5만명(지난 23일 기준)이 콘서트도 아닌 이 '연주 영화'를 보러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과연 이들이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영화관은 미래에 사라지게 될까요?

#재난들

오랫동안 큰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이 예견되고, 또 여러번 징조를 드러냈음에도 문제가 방치되어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해진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 반복해 발생하는 사회적 재난들 가운데는 그 면면을 살펴보면, 얼마든 중간에 막을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막지 못했던 '회색 코뿔소'의 문제가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재난이 발생하고 난 뒤에도 이에 대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또 책임을 지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재난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재난을 대하는 권력의 예의

독서 시간: 약 4분 / 글자수 : 약 1700자

👤글 속 한문장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적’ 재난이 일어나면 반복되는 일이 있다. ‘진상을 규명하라’는 끊임없는 요구와 이에 대한 권력의 외면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런 요구는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어진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이태원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이제 그 무심함이 재난 앞에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킬 필요가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그렇게 고통받는 이들은 얼어붙는 체감온도 속에 뒤로 남겨진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김만권 정치철학자의 칼럼입니다. 사회적 재난은 자연 재해와 달리 책임의 주체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사회적 재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거부하는 사회, 진상 조사마저 제대로 하려고 하지 않는 사회는 - 같은 재난이 또 일어나더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30일 윤 대통령은 이태원특별법 관련, 취임 이후 9번째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링크)

그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글 속 한문장

“용산서는 참사 이틀전 "온라인 상 핼러윈과 이태원을 키워드로 한 검색량이 폭증하고 있다"며 200명 이상을 이태원 현장에 배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용산서 112상황실이 서울경찰청에 여러차례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집회가 많아 불가능하다"는 답만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2023년 2월까지 상황을 종합한 인터랙티브 콘텐츠입니다. 참사 당일-그리고 그 이전 과연 국가는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인터랙티브 기획입니다.

당시의 상황, 맥락을 다시 한번 쭉 훑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회색 코뿔소

독서 시간: 약 3분 / 글자수 : 약 1500자

👤글 속 한문장

“큰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랫동안 방치하여 위험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2013년 미셸 부커가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말한 개념이다. 한국에도 몇 마리의 회색 코뿔소가 배회한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이미 시간이 꽤 흘렀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이정철 연구원이 '지방 소멸'이라는 우리사회의 문제를 '회색 코뿔소'라는 단어를 경유해 설명하고 있는 글입니다. 이미 양극화를 기반으로 한 발전은 조선시대로부터 이어져온 전통인데요.

이 글을 읽다보니, 많은 재난들은 달리 말해 오랫동안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온 '재난의 정상상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회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회색 코뿔소들이 존재하는 사회는, 위태로운 판 위에 서 있으면서도 그 위태로움을 외면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종 재난'의 오래된 반복

독서 시간: 약 2분 / 글자수 : 약 1200자

👤글 속 한문장

“시민들이 압사의 불안을 이겨내고 매일 ‘지옥철’을 이용하는 이유는 위험을 즐기는 모험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충분히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기상청과 교통통제시스템, 지자체의 안전대책이 폭우 시 바다에 배를 띄울지 결정하는 것처럼 교통흐름의 통제 역시 이뤄지고 있다는 기대는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나온다[...] 실패와 책임, 애도의 정치적 행위 대신에 예측 불가, 작동 불능, 시스템 오류의 기계어를 반복하는 정부에 재난은 늘 새롭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전주희 연구원의 칼럼입니다. 어떤 재난을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예측이 불가능했던 우발적인 사안으로만 바라본다면 - 모든 재난은 '신종 재난'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해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재난과 관련한 예외를 더 늘려가는 것, 그렇게 책임으로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더 만들어가는 것이 과연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는 방법인지 묻게 됩니다.

💌지난 편지 해찰 : #FOBO의 시대 : 선택, 혹은 실패할 각오

[선택지가 너무 많아! : ‘결정불안’ 사회] (2022.7.13 발행·링크는 하단 사진)

연구자님은 FOBO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FOMO(Fear OF Missing Out)와 비슷한 이 단어는 ‘Fear Of Better Options’ 의 줄임말인데요. 우리말로 풀면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공포’ 입니다.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우리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은데요. 실은 오히려 지나치게 늘어난 선택지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마음을 줄만한 콘텐츠나 경험에 각별히 몰두해볼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이때 과연 우리가 어떻게하면 선택을 잘 할 수 있을까? - 아니, 애초에 선택을 '잘' 하는 게 중요한 걸까? 등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레터였고요. 오늘 에세이 레터를 쓰면서는, 큐레이터 '추천'에 대한 대목을 적다가 이 레터가 떠올랐습니다.

인간 큐레이터-연결하는 사람(Mediator)의 진심어린 추천, 조언이 소중하긴 합니다만, 역시 망할 각오(?)를 하고서 무언가를 과감하게 질러보고 실패해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FOBO는 벗어던지고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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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영화를 녹화하지만 결코 보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그 이유는 녹화기가 중개인으로서 자신을 대신해 이미 영화를 즐겨주었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에서 큐레이터는 대개 그런 중개인이다. 관람객이 예술의 향락을 큐레이터에게 맡기는 것이다[...]미술관을 둘러보는 동안 나는 골치 아픈 직장인이나 개인적 문제를 계속 생각할 수 있고, 큐레이터는 나를 대신해 작품을 관람해 준다. 오늘날 큐레이터는 전장에 나가 있는 CNN 기자들과 닮았다. 우리 눈앞에 폭력 영상들을 보여주고 전쟁에 대한 견해를 간략히 언급하는 중개인들 말이다." - 레나타 살레츨, <불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