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만 뽑지 말고 족쇄도 풀어라

2013.12.11 20:48
정대영 | 송현경제연구소장

요즘 중소기업자와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일이 ‘손톱 밑 가시 뽑기’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내 면세주 통신판매 허용, 미생물 제조업체의 농공단지 입주 허용, 법인 전환 기업의 신용평가 시 개인기업 실적 인정 등이 대표적인 가시로 인정되어 뽑힐 예정이다. 이러한 현장의 애로사항이 해결되면 이해 당사자들은 진짜 손톱 밑의 가시가 뽑힌 듯 시원하고 일도 잘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아주 잘하는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사업이다.

[경제와 세상]가시만 뽑지 말고 족쇄도 풀어라

그러나 한국경제를 들여다보면 가시 말고 더 큰 것, 즉 족쇄와 같이 경제의 한 부분을 꼼짝 못하게 하는 것도 아주 많다. 어떤 것은 족쇄에 가시까지 붙어 있어 개개인에게 고통까지 안겨 준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종사자와 전문직 공무원 등 간의 과도한 보상 격차는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중소기업 등의 구인난을 심화시킨다. 과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는 내수침체의 장기화와 잠재적인 금융불안 요인이다. 또한 비정상적인 금융감독 체계와 금융산업의 낙후는 실물경제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많은 금융소비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높은 사교육비와 죽기 살기 식 입시경쟁은 정상적인 소비를 위축시키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농업의 경쟁력 약화는 식량의 해외 의존도를 높이고 농촌을 피폐화한다. 이외에 환경, 과학기술, 중소기업 등 여러 분야에 족쇄와 같은 것이 많이 있다. 이 중에서 오랫동안 국민경제를 제약하고 많은 사람에게 불편과 고통을 주고 있는 가시 달린 족쇄와 같은 것 두 가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한국경제를 광범위하게 옥죄고 있는 족쇄는 높은 부동산 가격이다. 2013년 9월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이 절대 수준으로도 미국 뉴욕보다도 비싸다. 또한 한국의 가계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는 GDP의 4.4배이고, 미국 1.1배, 일본 1.7배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계는 거품이 꽉 낀 부동산에 억눌려 있는 상황이다. 높은 부동산 가격은 공장설립 비용과 사무실·상가 임대료 상승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무주택자의 고통을 키우는 요인이라는 것을 다 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값을 계속 올리려 한다. 주택 거래가 안 되는 것은 소득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집값을 올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주 유치한 어린애 수준의 정책이고 성공하기도 어렵다. 집값과 집세를 하향 안정시키면서 하우스푸어의 고통을 줄이고 은행의 건전성도 지킬 수 있어야 제대로 족쇄를 푸는 정책이다.

둘째, 경제활동을 제약하고 국민에게 많은 불편을 주는 또 다른 족쇄가 의료법이다. 의료법은 1951년 일제시대의 법을 기초로 제정되어 현실과 동떨어지고, 이후 법 개정 시마다 이해 관계자들에 휘둘려 왔다. 의료법이 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집단에 주는 이익이 아주 큰 것 같다. 수시로 한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전문직인 의사들이 시위를 하고 때로는 삭발까지 하면서 반대한다. 어떤 때에는 한의사 간호사들이 비슷한 농성을 하고, 가끔은 시민단체도 반대를 한다. 이렇다 보니 의료법은 국민의 이익보다는 힘 있는 사람의 이익을 주로 반영하는 비정상적인 법이 되었다. 잘못된 의료법 때문에 대체의학이나 자연의학이 발전하지 못하고 척추교정치료사 등과 같이 미국에서 괜찮은 직업이 한국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은 사람이 미국에 가서 동양의학의 대가로 존경받으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의료인이 아닌 국민을 위한 의료법을 만들어 보자. 반대가 많고 힘들겠지만 일단 시작해서 밑그림이라도 그려보자.

박근혜 정부는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국민의 지지가 높고 새누리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점하고 있어 힘이 있다. 가시만 뽑지 말고 경제와 사회 각 분야를 조이고 있는 많은 족쇄 중에서 한두 개라도 풀었으면 한다. 족쇄의 대부분은 기득권층의 이익과 깊은 관계가 있다.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개혁할 수 있는 정권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권이고 또한 이런 개혁이 성공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지지 계층이라 설득이 쉽고 반발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이라 피하지 말자. 이런 일을 해야 국민경제가 좋아지고 국민통합도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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