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못 본 이야기를 해 봐요

2014.07.20 20:53
정끝별 | 시인·이화여대 교수

▲ 내가 못 본 이야기를 해 봐요

앤디 워홀이 말했죠
“돈이 되는 건 모두 예술”이라고
돈이 안되면 예술도 쓰레기가 되고
안 팔리는 책이 재활용 종이로 돌아가면 다행인가요?
나는 얼마죠?
당신은 얼마면 사나요?

돈이 많으면 쉬 늙고, 돈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이 간단하단 사실을 생각해 봐요
다들 돈의 감옥, 권태의 감옥으로
찰칵, 찰칵, 찰칵
스스로를 가두는 이기적인 힘에 끌려가죠
찰랑, 찰랑, 찰랑
무슨 일이든 감정의 물결이 일어나야만 해요
돌아 버리겠어요
주기보다 가진 것을 더 많이 떠드는 세상살이
뻔한 인생살이가 지루해서 돌아가시겠어요

- 신현림(1961~) 부분

[경향시선 - 돈 詩]내가 못 본 이야기를 해 봐요

△ 돈과 매스미디어, 스타와 정치가, 인기와 브랜드를 좇는 사람들. ‘돈벌이에 성공한 기계’가 되고 싶고, 돈을 버는 것이 하나의 직업이고 예술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20세기 미국 문화의 아이콘, 앤디 워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여기의 우리들 이야기다. 한데 시인은 무라카미 류의 <69>에서 읽었던 “상상력은 권력을 쟁탈한다”는 구절에 맞장구친다. “돌들이 사랑 넘치는 빵이 되거나/ 황사 대신 향기로운 장미꽃잎들이 불어오”는, 그런 상상력을 그리워한다. ‘돈의 감옥’이 ‘권태의 감옥’이고, 그런 감옥 속에서의 ‘뻔한 인생살이’가 ‘지루해서 돌아가시겠’다니, 시인이 말하고 싶은 제목의 ‘내가 못 본 이야기’는 곧 ‘내가 보고 싶은 이야기’겠다.

이 대책 없는 편식의 상상력이 실은, 시인을 “사랑의 외투란 외투 나를 감쌀 수도 없이/ 까마득한 구덩이 속으로 처박힌/ 나의 계급은 신빈곤층”(‘백수의 나’)으로 만든 원흉이었을 텐데도, 시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신의 빈곤은 죽음”이라며 돈벌이에 지친 세상을 향해 주문처럼 “제기랄, 바꿔져라, 바꿔져라,”(‘오백원 대학생’)를 외치곤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이렇게 물을 것이다. 혁명을 꿈꾸는 시인의 ‘정신’은 얼마죠? 당신의 ‘말랑말랑한 사랑의 상상력’은 얼마면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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