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둘러싼 중·일 외교전쟁

2014.09.18 21:02 입력 2014.09.18 23:20 수정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중국과 인도 두 나라에서 주재했던 전직 외교관은 두 나라가 모두 역사가 오랜 큰 나라여서 그런지 국민들의 자존심이 무척 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주재원 생활을 했던 대기업 임원은 중국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좋기는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게 흠이고, 인도는 매출이 많이 늘지는 않지만 예측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인도를 둘러싼 중·일 외교전쟁

중국과 인도는 친디아(차이나+인디아)라는 말이 상징하듯 아시아 대륙에서 첫째와 둘째 가는 인구 대국이다. 중국은 13억명, 인도는 11억명이다. 두 나라는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영토분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1962년에는 두 나라 국경지대에서 전투가 벌어져 인도군의 참패로 끝났다. 당시 인도군은 전사 1300여명, 실종 1600여명, 부상 1000여명, 포로 4000여명의 피해를 입었다. 반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사 700여명, 부상 1600여명에 그쳤다. 과거의 앙금 탓인지 그동안 두 나라의 반목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인도 정부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으며 1959년 이후 인도 북부지방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다. 더욱이 인도의 맞수인 파키스탄은 중국과 전천후 전략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을 정도로 두 나라가 가깝다.

그러나 요즘 들어 중국과 인도 관계가 밀월기를 맞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역사적인 인도 방문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 200억달러에 이르는 풍성한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갔다. 물론 당초 알려진 1000억달러가 아니긴 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미미했던 중국의 인도 투자금액에 비교하면 큰 물량임에는 틀림없다.

인도는 지금 몸값이 한층 올라가고 있다. 8월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모디 인도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는 고속철도 사업을 비롯해 350억달러 경제협력 선물 보따리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모디 총리가 일본의 고도 교토를 방문했을 때 안내원을 자처하며 직접 수행했을 정도로 예우를 했다. 일본은 인도를 미국과의 동맹체제에 끌어들여 준동맹관계를 맺어 중국을 견제하고 싶은 의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준동맹관계를 맺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완곡하게 거절했다. 지난 5월 집권에 성공한 모디 총리는 모디노믹스(모디의 경제학)라는 말이 상징하듯 만신창이가 된 인도 경제를 일으키는 게 가장 급선무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제조업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 유치와 수출 주도로 경제를 부흥시킨 중국식 경제성장 모델을 따라 배우려는 것이다. 그동안 인도 정부는 중국 투자에 대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견제를 했다. 2000년부터 지난 4월까지 14년 동안 영국이 200억달러, 미국이 120억달러를 인도에 투자한 반면 중국은 3억달러에 그쳤다. 철도와 항만과 같은 전략자산에 중국 자본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탓이다.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외국인이 철도에 투자할 경우 49% 이상 지분을 갖지 못한다는 제한도 없애버렸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은 시 주석의 인도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인도 주재 대사를 교체했다. 국장급 대사 대신 부부장(차관급) 대사를 새로 보낸 것이다. 그만큼 인도에 대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도가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중앙아시아국가가 회원국으로 있는 상하이협력기구 가입을 그동안 바랐지만 중국은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번에 규정을 고쳐 인도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내년 출범 예정으로 만들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도 인도는 가입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 지도부의 파격적인 외교 스타일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 국가주석들은 10년에 한 번 인도를 찾았고, 그것도 집권 후반기에 방문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방문하겠다는 입장이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해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인도를 선택했다. 시 주석의 인간적인 풍모의 스킨십 외교도 눈에 띈다. 이번 인도 첫 방문지는 모디 총리 고향인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였다. 때마침 모디 총리의 64번째 생일이었다. 강변에 천막을 치고 생일 잔칫상을 받은 모디 총리를 축하하면서 개인적인 우의를 다졌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것은 국제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당장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 예전에 보였던 적의는 사라지고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런 우호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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