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걷는 후진타오 주석의 전 비서실장

2014.12.11 20:52 입력 2014.12.11 20:59 수정
홍인표 |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대내총관은 고대 중국 황궁의 전체 관리를 책임지는 환관을 말한다. 궁녀와 환관들을 모두 지휘하는 대표적인 문고리 권력이다. 오늘날 중국의 대내총관은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말한다. 우리로 따지면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겸하는 막강한 자리다. 마오쩌둥 주석 시절에는 양상쿤과 왕둥싱이 중국 공산당의 대내총관이었다. 훗날 국가주석이 된 양상쿤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한 1949년부터 1965년까지 16년 동안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냈다. 그러다가 반당분자로 몰려 숙청을 당한 양상쿤 뒤를 이어 왕둥싱이 맡았다. 마오가 세상을 떠난 뒤 화궈펑이 최고 지도자가 되자 그는 화궈펑의 뜻을 따라 문화혁명을 주도했던 4인방(장칭, 장춘차오, 야오원위안, 왕훙원)을 체포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덩샤오핑 복권에 소극적이었다가 결국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있으면서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3명의 최고 지도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바 있다.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살얼음판 걷는 후진타오 주석의 전 비서실장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시절 최측근으로 중앙판공청주임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 겸 중앙통일전선부장 운명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시중에 퍼지고 있는 신4인방 연루설 때문이다. 신4인방은 문혁을 주도했던 4인방에 빗대 시진핑 주석에 반기를 들었다는 고위 간부 4명을 일컫는 표현이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낸 저우융캉 전 중앙정법위 서기가 신4인방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지난 5일 당적을 박탈당하고 본격적인 사법처리에 들어가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가기밀누설죄와 간통죄를 포함한 7가지 죄목이 걸렸고 관영언론이 배신자라고 비난했다는 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신4인방으로는 후진타오 주석 시절 사실상 군부 1인자였다가 천문학적인 뇌물을 받아 사법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비리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인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를 들 수 있다. 남은 한 자리에 링지화 부주석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시진핑 주석 집권을 반대하면서 2012년 3월19일 무장경찰을 동원해 중국 지도부가 있는 중난하이에서 정변을 꾀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인사들이다.

현재까지 링지화 부주석의 입지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지난 5일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당외인사좌담회에 정협 부주석 겸 중앙통전부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찮다. 지난 9월30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65주년 국경절 연회 당시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는 자리를 지킨 채 시진핑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가서 인사를 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의 그를 찾아오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더욱이 둘째형인 링정처 전 산시성 정협 부주석은 지난 6월 비리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펀드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막내 동생 링완청은 미국으로 피신했다가 지난 10월 자발적으로 귀국해 형에 대한 비리를 고발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다. 동생의 고발로 그가 고향인 산시성에 숨겨둔 6대 트럭분의 금은보화, 고서화가 발견됐다고 한다. 산시성 고위 간부 10여명이 잇따라 낙마한 것도 산시성 출신의 그를 처벌하기 위한 단계적 수순이라는 관측이 있다.

시진핑 주석을 대표로 하는 제5세대 지도부에서 링지화 당시 중앙판공청 주임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대표주자로 유력한 정치국원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그러나 2012년 9월 리잔수 당시 구이저우성 서기에게 중앙판공청 주임을 전격적으로 물려주면서 정치국 진입에 실패했다. 이것은 2012년 3월 그의 외아들이 베이징 도심에서 만취한 채 고급 승용차 페라리를 몰고 가다 교통사고를 내 숨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유력했다. 아무튼 그는 한직인 최고국정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로 옮겨 정협 부주석을 맡았다. 직급은 올랐지만 권한은 미약했다.

그는 신4인방의 일원이 될 것인가. 내년 2월 이전에 사법처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반면 차기 당대회에서 정치국에 새롭게 진입할 것이라는 엇갈린 관측도 있다. 시진핑 주석은 링지화 부주석에 대한 비리 조사를 끝까지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비리 결과에 따라 그를 처벌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넘어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최측근이었던 링지화 부주석의 운명은 결국 시진핑 주석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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