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잠룡들의 물밑 움직임

2015.01.08 20:56 입력 2015.01.08 21:00 수정
홍인표 국제에디터·중국전문기자

중국 공산당 최대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반부패 정풍운동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공청단의 좌장인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 전 중앙통전부장은 비리혐의로 낙마했다. 차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되던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도 정치적 운명이 심상찮아 보인다. 그가 서기를 지냈던 동남부 장쑤성 간부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사정기관이 그의 비리를 캐기 위한 기초작업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청단은 2012년 11월 제5세대 지도부가 출범할 당시 좌절을 맛봤다.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리커창 총리 단 1명을 배출했을 뿐이다. 리위안차오 당시 중앙조직부장과 왕양 당시 광둥성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했지만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비롯한 당원로들의 견제로 실패했다. 제5세대 지도부가 시진핑·리커창 체제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지만 지도부 출범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시진핑 독주체제로 전개되고 있다.

[홍인표의 차이나칼럼]중국 잠룡들의 물밑 움직임

중국 지도부를 교체하는 차기 당대회(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는 2017년 가을 열린다. 당 대회가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잠룡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이 물러난다. 만 68세가 넘으면 새로운 직책을 맡지 못한다는 계급 정년 때문이다. 다섯 자리 정치국 상무위원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가 차기 지도부 교체의 핵심이다. 중국은 벼락출세가 없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듯이 꾸준히 올라간다. 정치국 상무위원 바로 밑에 있는 정치국 위원이 누군지를 보면 대충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국정주도 분위기가 워낙 드세 잠룡들은 조용하게 내실을 다지면서 물밑작업에 열중하는 형국이다. 더욱이 반부패 정풍운동으로 낙마하는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나와 후폭풍이 어디까지 여파를 미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진핑 주석의 태도다. 그는 전임 지도자가 낙점한 지도자 후보를 무작정 선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내 경선을 통해 후계자인 총서기를 뽑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공청단 차세대 대표주자인 후춘화 광둥성 서기로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제6세대 지도부의 핵심주자로 낙점한 후춘화 서기는 이변이 없다면 차기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그리고 2022년 열리는 제20차 당대표대회에서 총서기로 뽑힐 예정이다. 그는 1963년생으로 올해 52세. 나이로 보면 20차 당대회에서 59세로 최고 지도자가 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마찬가지로 벽지인 티베트에서 오랫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고 공청단 중앙위원회 제1서기를 거쳐 ‘리틀 후진타오’로 불린다. 허베이성 성장, 네이멍구 자치구 서기를 거쳐 광둥성 서기까지 맡아 일선 행정 경험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후춘화 서기의 맞수로는 같은 나이의 쑨정차이 충칭직할시 서기가 꼽히고 있다. 그는 보시라이 전 서기 사건으로 흐트러진 민심을 달래는 데 성공했다. 서부대개발이라는 국가 프로젝트를 조용하게 추진하면서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공청단 출신인 리커창 총리가 새해 첫 공식행사로 광둥성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중국 지도부가 새해 첫날 어디를 가느냐는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광둥성은 개혁개방정책의 상징이다. 1980년 경제특구가 출범하면서 개혁개방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리 총리는 이번 방문에서 중국의 첫 인터넷 은행을 비롯해 벤처기업을 둘러보았다. 그가 광둥성을 찾은 것은 중국 경제가 나아갈 길은 결국은 혁신과 개혁개방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그의 방문은 광둥성의 최고 책임자인 후춘화 서기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광둥성 광저우, 선전, 주하이는 지난해 12월 상하이에 이어 두번째로 자유무역지구(FTZ) 지정을 받았다. 리 총리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광둥성이 얼마나 확실한 성과를 거두느냐는 리커창 총리는 물론 후춘화 서기로서도 중요한 과제다.

공청단은 위기 국면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정치국 상무위원이 단기필마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 전개될 정국 변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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