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찾아서 듣기

2016.07.22 21:13 입력 2016.07.22 21:27 수정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칼럼]음악 찾아서 듣기

젊은 세대와 어른들이 함께 즐기는 대중가요가 거의 없다. 세계 음악시장에 일정 지분을 갖게 된 ‘K팝’ 아이돌 댄스음악에 우리의 기성세대는 결코 호의적이지 않으며 인디음악에도 밝지 않다. 젊은 세대도 사정이 비슷해 한동안 바람이 일었던 ‘세시봉’ 노래가 그들 사이에 붐이 일었다는 소식은 없다. 세대별로 철저히 노래가 갈려 있는 현실이다.

폭넓은 세대가 공유한 노래들이 적지 않았던 1980~1990년대와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대중’가요, 이를테면 여러 연령층을 포괄하는 노래가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음원차트에서 1등을 했다고 각 세대가 참여하는 대중가요로 일컬을 수 있을까. 말장난 같지만 지금의 노래는 대중가요가 아닌 ‘소중’가요일지도 모른다.

2012년 팝의 여왕 마돈나는 전미 순회공연 말미에 ‘강남스타일’의 싸이를 게스트로 초청했다. ‘강남스타일’이 당시 워낙 ‘핫’한 곡인 데다 같은 댄스음악이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국가와 세대, 계층을 막론하고 인기를 누린 폭발적인 대중성을 마돈나가 높이 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처럼 전 지구적 축복을 받는 사례는 극소수다. 미국과 같은 음악 강국들에서도 연령과 계층에 따른 대중가요 섹션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먼저 음악시장 자체가 현저히 축소되었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대중문화를 리드해왔던 음악은 이제 영화, 게임 등에 선두를 내주었고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력도 쇠퇴 일로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DJ 배철수는 “시장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음악 자체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한다. 하기야 마당이 웬만한 덩치를 확보해야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들이 모두 들어와 어울려 놀 수 있을 텐데 지금 음악판은 생기와 박동을 상당히 잃었다.

대중가요는 또 예나 지금이나 10대와 20대 ‘영 제너레이션’이 주도한다. 문제는 젊음이 이끄는 음악 유행에 어른들이 동참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시장의 상황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신중현의 ‘미인’, 이장희의 ‘그건 너’,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청춘을 먼저 거치고 잠시 후 기성세대들에게도 번지면서 빅쇼를 벌였다. 아무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려도 어른들의 감수성과 유리될 경우 아무래도 대중성은 후퇴한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대세를 이루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 우리의 어른들이 젊었던 시절에 들었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폭적 참여가 어렵고 그 때문에 세대가 공유하는 음악이 줄어든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젊은 시절에 구축된 음악장르에 대한 호감은 오래간다는 사실을 전제하면 힙합과 이디엠에 대한 경험이 없는 어른들이 이 음악들에 애정을 갖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게 맞는다면 세대 분리는 어느 정도 필연이다.

젊은이들에게 윗세대 음악을 들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청년세대는 아버지가 듣던 음악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초반 레게와 힙합 등 흑인음악이 부상했을 때 한 사회학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흑인음악에 열광하는 것은 백인음악에 압도적으로 경도된 어른들에 대한 은근한 반란”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새로운 세대가 앞 세대 음악에 동참하는 식의 세대 동행을 기대하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 만약 있더라도 일시적 ‘복고’바람이 불 뿐이다. 반대 상황이 더 바람직하다.

MBC 라디오 김현경 국장은 “어른들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젊은이들 음악 가운데 좋은 것들을 찾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성세대와 요즘 노래를 연결하는 것은 단순 소비 아닌 적극 수용의 풍토일 것이다.

하지만 상승과 안정의 기운이 쏙 빠진 고단한 현실에 처한 어른들이 그런 여유를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TV가 제공하는 복고음악이면 그만이다. 신구 세대의 문화 공유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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