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몫

2018.10.25 20:40 입력 2018.10.25 20:44 수정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유치원 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부모들의 모습, 1988년, 경향신문사

유치원 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부모들의 모습, 1988년, 경향신문사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외투와 담요 등으로 중무장했다. 모자와 목도리 등으로 얼굴을 최대한 감싼 모습을 보는 것만으도 덩달아 마음이 추워진다. 이재민 또는 피난민처럼 풍찬노숙하는 이들의 목표는 ‘유치원 접수’,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풍경이다.

시간이 흘렀지만, 자식을 위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변함없다. 애석하지만 밤샘 줄서기를 하거나 온가족을 동원하는 유치원 입학전쟁도 그대로다. 치열한 전쟁을 뚫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도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다. 아동학대나 부실한 급식 등의 뉴스가 빈번하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밝혀진 사립유치원 비리 때문에 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93명의 아이들이 먹을 계란탕에 들어간 계란은 고작 3개, 이른바 ‘오병이어의 기적’은 모든 부모들이 분노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러나 비리가 공개되고 폐원을 선언하는 유치원이 생기자 분노조차 내색하지 못하고, 유치원이 사라질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는 일이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면, 그 아이를 기르는 일 또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이 밤을 새우며 줄서고 있을 때, 93명의 아이들이 계란 3개로 만든 국을 먹을 때,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이 사라질 때,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왜 모든 죄책감은, 더 좋은 유치원을 보내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부모의 몫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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