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없는’ 기준중위소득

6650원. ‘기초법공동행동’이 2018년 진행한 가계부 조사에 참여한 기초생활수급자의 하루 평균 식대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한 수급자의 가계부에는 매일 마트에 간 기록이 빼곡했지만 구입한 식재료는 두부와 콩나물만 반복됐다. 이 가족의 가구원당 1일 평균 식대는 3040원에 불과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두 달간 가계부 작성을 도운 활동가들은 적은 수급비로 인한 소비 제약과 만족스럽지 못한 식생활이 만성적인 우울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특히 낮은 수급비는 사회활동과 대인관계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다시 급전이 필요하거나 몸이 아플 때 연락할 사람이 없는 고독의 위기로 돌아온다.

수급자의 수급비를 결정하는 것은 기준 중위소득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인구 중 중간 순위 소득이라는 뜻이지만 이를 매번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매년 여름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다음해 사용할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한 기준 중위소득의 30%가 기초생활수급자의 한 달 급여가 된다. 최근 3년간 평균 인상률은 2.09%에 불과하다.

기준 중위소득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70여개 복지제도의 선정 기준이기도 하다. 한부모 지원, 긴급복지 지원 등 복지가 필요한 순간이 되면 누구나 기준 중위소득과 만난다.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다고 보기 어렵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개최되고, 수급자는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없다. 기준 중위소득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회의가 문제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이것이 가난한 이들에게 허락된 민주주의의 수준이 아닌가 싶다.

가난이 정체된 상태가 아니듯 가난한 이들의 복지 수준은 비빈곤층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각종 재난지원금 역시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 현재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175만원으로 최저임금만 받아도 기준 중위소득을 초과한다.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최저임금만 받는 상태가 중간 이상의 소득이라니. 우리 사회의 빈곤이 이렇게 심각한 것일까? 이런 합리적 의심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연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 소득을 가진 가구가 24.5%로 가장 많다. 하지만 기준 중위소득 결정에 사용한 소득 자료는 2020년 현재와 2년의 시차를 갖는 데다 여러 통계가 보여주는 중위소득 중 낮은 쪽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실제 중간값은 기준 중위소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비용.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가 정의하는 최저생계비다. 건강하지도, 문화적이지도 않은 수급자의 삶의 질은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과 연결되어 있다.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에 많은 감시와 인상 요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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