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 속내가 뭔가

2020.06.22 03:00 입력 2020.06.22 03:05 수정

제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1호와 2호가 일반지주회사도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금산분리 완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벤처기업 육성과 투자 활성화란 목적을 들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허용을 주장하며 여당의 법안에 힘을 싣고 있고, 재계 역시 벤처생태계 기여, 신산업 진출과 국내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적극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CVC는 재무적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벤처캐피털과는 달리 모기업의 사업 확장과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 이익까지 추구하고, 투자 주체가 재벌과 대기업 중심인 자본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제도는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업 및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대주주의 사금고화와 같은 금융 특혜를 막고자 함이다. CVC 역시 표준산업분류상 금융업으로 분류되어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할 수 없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엄격한 분리를 요구하고 있는 금산분리 원칙은 부실 산업자본과 부패가 늘어나는 경제상황에서 강화해야 하는 것이지 완화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벤처 투자와 혁신이 저조한 이유는 투자자본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술 탈취가 만연하고, 재벌 대기업의 견고한 진입장벽으로 인해 새로운 기업이 도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벤처회사가 많이 나올 수도 없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맘 놓고 기술 개발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공정한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투자 측면에서는 일반 벤처캐피털과 풍부한 시중자금이 있고, 인수·합병(M&A) 역시 벤처지주회사를 활용한다면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려는 속내는 다른 곳에 있지 않나 추측해본다. 20대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완화에 이어 금산분리 원칙 예외를 하나씩 늘려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닌지, 국내 벤처시장을 재벌들의 확장 수단 또는 먹잇감으로 전락시키고, 차등의결권과 함께 새로운 경영권 승계 수단의 길을 열어주려는 시나리오는 아닌지 강한 의문이 든다. 기존의 경제력 집중 억제수단이었던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하나씩 늘어가던 예외로 인해 결국 무력화되었고, 급기야 폐지되어 버렸다.

일반지주사의 CVC 보유는 금산분리 훼손과 경제력 집중 심화, 경영권 승계 악용, 사익 편취라는 부작용 우려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반대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경제에 활력을 가져올 방안이 있을 텐데, 여당 의원들과 기획재정부 그리고 재계가 똘똘 뭉쳐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진정 벤처생태계 역동성을 높여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겠다면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라 불공정한 시장구조부터 바로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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