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이 전환 되려면

2020.08.18 03:00 입력 2020.08.18 03:01 수정

오늘부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시작된다. 지난 3월에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연기된 바 있다. 우리가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중단을 요구하는가 하면,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연루’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필수적이라고 옹호하기도 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이번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성격을 둘러싸고 당초 국방부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검증훈련에 초점을 맞추려 했지만, 미군 측은 3월 군사연습도 못했기 때문에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위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CCPT는 한·미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점을 두되 FOC 핵심분야에 대한 예행연습을 일부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2021년 말까지 세 단계 검증훈련과 평가를 거쳐 현 정부 임기 내 마무리지으려던 전작권 전환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미국이 전작권을 계속 보유하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전작권 임기 내 전환’을 내걸면서, 이번 한·미 연합군사연습에서 FOC 검증평가를 마치고 내년 8월까지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평가를 끝내 내년 가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의 한국군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초 전작권 전환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넘긴 7월14일을 거꾸로 해서 2012년 4월17일로 잡혀있었다. 하지만 2010년 6월 북한군의 위협과 우리 군의 준비부족을 이유로 2015년 12월1일로 한 차례 연기됐고, 2014년 10월에도 한·미 국방장관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전작권 전환을 재연기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란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 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 등이다. 이러한 조건을 검증하기 위해 3단계 검증평가를 거치기로 했는데, 제1단계는 기본운용능력(IOC) 검증평가로 이미 작년에 완료됐고, 남은 것이 제2단계 FOC 검증평가, 제3단계 FMC 검증평가이다.

하지만 미국은 코로나19 때문에 FOC 검증에 필요한 평가팀이 올 수 없어 이번 연습에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검증의 일부만 이뤄진다고 밝혔다. 양해각서대로라면 내년에 FOC 훈련을 실시하게 되면 제3단계 FMC 검증평가를 하지 못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들어설 정부의 성격에 따라 전작권 전환을 위한 제3단계 검증평가 실시와 ‘조건’ 충족에 대한 판단이 좌우될 수 있다.

북한 핵 문제를 위한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미·중 전략경쟁이 점차 가열화되고 있어 선결조건 가운데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도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의 전략도발이 자행되거나 미·중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 측에서 전작권 전환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임기 내 전작권 환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 군이 중기국방계획에 따라 군사위성, 아이언돔, 경항모, 핵잠수함 등 핵심 군사능력과 초기 필수대응능력을 확보해가고 있어 선결조건 두 가지를 충족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세 번째 선결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우리 정부가 강력한 전작권 전환 의지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제3단계 FMC의 검증평가도 정부의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핵심분야에 그친 제2단계 FOC 검증평가를 내년 봄 재실시하고 여름에 제3단계 FMC 검증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 내년 봄 한·미 연합군사연습 실시가 여의치 않다면 여름에 제2단계 FOC를 재실시하고 우선 전작권을 환수 후 2022년 5월 들어설 새 정부에서 제3단계 FMC 훈련을 실시한다.

이러한 방안들은 오는 가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논의해야 한다. 이 자리에서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와 지역 안보환경’에 대한 한·미 공동의 정의를 마련하고 IOC와 FOC의 검증평가만으로 전작권을 이양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양해각서’를 채택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불확실성이 높은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에 적극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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