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처럼 ‘쭉쭉’ 무선통신 ‘척척’…국내 연구진, 고성능 ‘전자 피부’ 첫 개발

2024.05.23 00:00 입력 2024.05.23 00:02 수정

기존 회로는 몸체 늘리면 주파수 저하 현상

연구진, 고무에 나노입자 섞는 새 기술 고안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축성 있는 전자 피부. 힘껏 잡아당겨도 무선통신과 전력 전달 능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한양대 정예환 교수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신축성 있는 전자 피부. 힘껏 잡아당겨도 무선통신과 전력 전달 능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한양대 정예환 교수 제공

잡아 늘려도 무선통신과 전력 전달 기능을 유지하는 전자 피부를 이용한 신축성 웨어러블 기기(왼쪽 사진). 해당 기기를 피부에 부착해 맥박, 체온, 근육 움직임 등을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다. 한양대 정예환 교수 제공

잡아 늘려도 무선통신과 전력 전달 기능을 유지하는 전자 피부를 이용한 신축성 웨어러블 기기(왼쪽 사진). 해당 기기를 피부에 부착해 맥박, 체온, 근육 움직임 등을 무선으로 측정할 수 있다. 한양대 정예환 교수 제공

국내 연구진이 잡아당기거나 늘려도 무선통신이 유지되는 새로운 기판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했다. 이 기판을 사용한 감지 장치를 피부처럼 인체에 붙이면 체온과 맥박 등을 원거리에서 수시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신개념 헬스케어 기기를 만들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한양대 정예환·유형석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무처럼 신축성을 가지면서도 무선통신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전자 피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3일 0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스마트 워치처럼 몸에 착용하는 일반적인 웨어러블 전자기기는 현재 기술로는 딱딱한 평면 형태의 부품을 내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몸통의 곡선에 밀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몸에 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만들려면 잘 구부러지는 소재를 적용한 ‘무선주파수(RF) 회로’를 써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현재 사용하는 RF 회로는 조금만 늘어나거나 구부러져도 회로에서 나오는 주파수 대역이 뚝 떨어진다.

연구진에 따르면 기존 기술을 쓴 RF 회로는 몸체를 30% 늘렸을 때 2.4기가헤르츠(㎓)이던 주파수가 1.7㎓까지 떨어졌다. 이러면 제대로 된 통신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RF 회로를 쓰면 전력도 송수신할 수 있는데, 기존 기술로는 회로를 구부리거나 늘렸을 때 전력 송수신 효율이 저하된다.

연구진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고무에 세라믹 소재의 나노입자를 섞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입자가 고무 내에서 무리 지어 움직이면서 구부리거나 당겨도 무선통신 성능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기판은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 만들었다.

연구진은 기술적으로 90m 거리에서도 무선통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시험으로는 30m 거리에서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기판으로 전자 피부를 만들어 인체에 부착하면 뇌파, 맥박, 체온, 근육 전기 신호 등을 원거리에서 무선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예환 교수는 “이번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뿐만 아니라 신축성 있는 디스플레이나 옷감 형태의 전자장치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기술 이전과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인 6세대(6G) 이동통신 기능을 탑재한 기기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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