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교육이 될 수 없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가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부모들은 매일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학교에 오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그 부모들 같다고. 교실 안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안에 아이들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고 했다.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옳고 그르다고 하는지 이미 다 알아버린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렇다. 절반은 맞는 말이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그래서 더 마음이 덜컥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로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 및 초·중학교 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 ‘아동특별돌봄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외국 국적 학생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말이다. 기사를 보며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게 될 것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국내 체류외국인이 250만명을 넘어선 지금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함께 이주한 아이들이 많다. 또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았더라도 부모가 외국인이면 따라서 외국 국적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전국 초·중학교에 다니는 외국 국적 학생이 몇 명이나 되는지 교육부조차 모르고 있었다. 작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의 5·6차 국가보고서를 검토하고 발표한 최종 견해에서 우리나라에 아동권리 전 분야에 걸쳐 연령, 출신국적, 이주배경 등 세분화된 자료를 수집하는 시스템 구축을 촉구한 바 있는데, 기초자료인 재학생 숫자조차 몰랐다.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니 예산을 추계해야 하는 정책 대상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구조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에만 7500여명의 외국 국적 초등학생이 학교에 다니고 있고, 재한 중국동포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는 재학생 중 절반이 넘는 학생이 외국 국적인 학교도 있다.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받고 있는 아이에게 “넌 한국 사람이 아니니까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 법이 금지하는 차별이며, 무엇보다 심각하게 반(反)교육적이다.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은 예산을 추석 전에 시급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너무 쉽게 차별을 용인했다. 지난번 외국인 주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 결정 이후에 바뀐 것이 없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번 정책에 대해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재검토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을 상대로 ‘외국 국적 학생에 대한 아동특별돌봄지원금 지원 찬성 여부’를 조사해보니 대부분 찬성했고, 교육부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환영할 일이다. 외국 국적을 가진 학교 밖 청소년과 미취학 아동에 대한 추가적 조치도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미등록 체류아동을 포함한 이주배경 아동에 대한 체계적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이를 기초로 이주배경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차별 없는 정책이 마련되길 희망한다. 최소한 학교 안에서 그 누구도 쉽게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것을 끈질기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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