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가펑클 ‘엘 콘도르 파사’

2020.11.30 03:00 입력 2020.11.30 03:01 수정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노래의 탄생]사이먼&가펑클 ‘엘 콘도르 파사’

“달팽이가 되기보다는 참새가 되겠어/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좋을 거야/ 못이 되기보다는 망치가 될 거야/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좋을 거야/ 멀리멀리 떠나고 싶구나/ 날아가 버린 백조처럼/ 인간은 땅에 얽매인 채 가장 슬픈 소리를 내고 있다네.”

스산한 초겨울 하늘을 나는 기러기떼라도 보게 되면 이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우리에게 ‘철새는 날아가고’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원곡은 1913년 페루의 작곡가인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가 잉카의 토속음악을 바탕으로 해서 작곡했다. 스페인의 압제에 항거하다 처형당한 농민운동가 콘도르칸키의 운명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콘도르는 잉카어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는 뜻의 새 이름이다. 안데스 산맥 등에서 서식하는 매의 일종으로 몸길이가 무려 1.3m에 달한다. 원래 페루의 전통악기 삼포냐 등으로 연주되던 이 곡에 사이먼&가펑클이 다소 엉뚱한 노랫말을 붙였다. 그러나 페루에서는 “전능하신 콘도르여/ 우리를 안데스로 데려가주오/ 잉카 동포들과 함께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입니다”라는 노랫말로 불려왔다.

사이먼과 가펑클은 1968년 더스틴 호프먼이 주연한 영화 <졸업>의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900만장이 팔렸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은 1970년 발표한 앨범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했다. 이때 발표한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명곡이다. 이후 두 사람은 몇 차례 재결합해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폴 사이먼은 솔로가수로, 아트 가펑클은 평화운동가로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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