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키튼즈와 블랙핑크 사이

2021.01.11 03:00 입력 2021.01.12 16:16 수정
오광수 시인·대중문화평론가

[노래와 세상]코리안 키튼즈와 블랙핑크 사이

한류의 중심엔 블랙핑크와 같은 K팝그룹이 있다. 오늘날의 한류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비틀스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때 우리에겐 신중현이 있었다. 또 이미 그 시절에 전 세계를 누비던 걸그룹도 있었다.

코리안 키튼즈(사진)는 ‘여러분’의 가수 윤복희를 비롯하여 서민선, 김미자, 이정자로 결성된 4인조 걸그룹이었다. 1964년 10월 결성되어 세계를 무대로 활약했던 걸그룹의 조상쯤 된다. 윤복희의 증언에 따르면 필리핀의 쇼 프로덕션과 계약하고 출국했으나 사기를 당해 오도 가도 못할 때 영국인 쇼 프로모터의 제안을 받고 런던으로 날아갔다.

이들은 1964년 11월 영국 BBC의 <투나잇쇼>에 출연해 비틀스의 ‘캔트 바이 미 러브(Can’t Buy Me Love)’를 불렀다. 독일 총리의 취임식에도 초청되어 노래를 부르는 등 인기를 끌었으며 스페인 등으로 공연을 다녔다.

윤복희는 12세 때 아버지 윤부길의 영향으로 미8군 쇼단 무대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모았다. 이 공연을 봤던 미군들이 루이 암스트롱에게 알려 그의 내한공연 당시 같이 무대를 꾸몄다. 윤복희가 코리아 키튼즈를 이끌고 라스베이거스 쇼무대까지 진출한 것은 미국 본토까지 소문난 노래 실력 덕분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으로 들어올 때 달걀 세례를 받았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윤복희는 그 당시 늦은 시간에 입국하여 공항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이 그가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입국하는 상황을 재연하여 광고를 만들면서 다소 과장된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블랙핑크 등 걸그룹들이 코로나19만 아니라면 전 세계를 누볐을 텐데 비대면 공연에 만족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