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주거 불평등

2021.01.11 03:00 입력 2021.01.11 03:04 수정

무서울 만큼 춥다. 이 추위는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유입해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여름에 겪은 긴긴 장마와 마찬가지로 이 한파의 이름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세계적 수준에서 봤을 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북반구·고성장 국가가 기후위기의 책임자지만, 기후위기의 피해는 남반구·저개발 국가에 집중된다. 한 국가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해에도 여러 차례 비행기를 이용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며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까지 사용하는 이들과 빈곤층의 탄소 배출은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결과는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주거취약계층, 농어민에게 집중된다.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작년 장마에 집중적인 피해를 보았고, 12월엔 포천의 이주노동자 속헹이 추위 속에서 사망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평등하지 않은 집의 조건이 재난의 격차를 만든다. 2018년 폭염 당시 실내 온열질환 발생자는 1202명이었는데, 발생 장소가 집인 경우가 624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질병관리청이 지금까지 집계한 이번 겨울 한랭질환의 실내 발생 42건 중 34건의 발생 장소가 집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은 부족하다. 현재 에너지와 관련한 복지제도는 수급자와 차상위, 그중에서도 장애나 고령자와 같은 요건에 해당될 때만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데다 내용도 냉난방비 보조에 머물러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온열기 사용이 화재 위험으로 연결되는 쪽방과 고시원, 난방을 해도 냉기가 감도는 노후주택, 복지 사각지대나 지붕과 벽조차 없는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이주민은 고스란히 이 제도 바깥에 있다. 추위와 더위도 재해가 되었지만 최저주거기준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 ‘적절’한 냉온방 수준을 갖추라고 얼버무리고 있다.

기다릴 시간이 없다. 현재의 한파를 긴급복지지원법상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집이 없는 모든 이들에게 주거를 보장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 서울시는 무더위 안심숙소를 마련했지만, 물량이 부족해 실효성이 없었다. 추위를 막을 수 없는 집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용 가능한 숙소를 제공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찜질방 등 저렴한 대안이 사라진 지금 꼭 필요한 조치다. 장기적으로는 반복되는 재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보편적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결과를 가장 먼저 치르고 있는 이들에 대해 말하지 않고 똑같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되는 재난을 침묵으로 승인하지 말자. 재난이 차별적 위기가 될 때 재난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방식은 차별을 생산해온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 정의로운 전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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