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난제, 도쿄 올림픽

2021.05.18 03:00 입력 2021.05.18 03:03 수정

지난해 1월 터키 리그 소속이었던 ‘배구여제’ 김연경은 리그 일정을 뒤로하고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아시아지역 예선에 출전했다. 그는 예선 도중 복근이 찢어지는 불의의 부상을 입었지만 진통제로 통증을 달래가며 결승전에 출장했다. 그는 결국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을 예선 우승으로 이끌었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출전 티켓을 차지했다.

최희진 스포츠부 차장

최희진 스포츠부 차장

예선이 끝난 후 한국에 들어온 김연경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리그도 포기하고 여기에 ‘올인’했다. (복근 부상 때문에) 터키 리그에 가서 경기를 못하긴 하지만 너무 좋다. 구단 측이 뭐라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좋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예정된 게 아니었다. 서울 장충체육관에 여자프로배구 경기를 관람하러 왔던 김연경은 그를 발견한 기자들의 즉흥적인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고, 부상 부위가 불편한 와중에도 “너무 좋다”는 말을 되풀이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엘리트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이란 이런 것이다.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다면 복근이 아파도 뛰고, 리그 일정을 완주할 수 없어도 웃음이 나는 게 선수다. 특히 나이가 30대에 접어들어 현역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사람일수록 올림픽을 향한 간절함이 더욱 크다. 아직 올림픽 메달이 없는 김연경도 도쿄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하지만 지난해 도쿄 올림픽은 올림픽 메달을 바라보고 일생을 바친 운동선수들의 소망을 이뤄주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개최 연기라는 결단을 내렸다. IOC가 올림픽 연기를 결정하기 전까지 일본 정부가 보여준 대응은 박수를 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하기 위해 자국 내 코로나19 심각성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샀다.

‘2020 도쿄 올림픽’을 2021년 개최하게 됐지만 올해도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6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 등 지역에 발령한 긴급사태 시한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며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런 수단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백신 접종률은 인구의 1%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게 일본의 현실이다. 일본 내에선 도쿄 올림픽 취소·연기 여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5~16일 유권자 1527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3%가 ‘취소’, 40%가 ‘재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올해 동일본 대지진 10주년을 맞은 일본은 도쿄 올림픽이 부흥과 회복의 상징이자 발판이 되기를 원한다. IOC는 올림픽을 개최해야 TV 중계권료 등 관련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올림픽을 향해 달려온 선수들의 열망도 저버릴 수 없다. 하지만 올림픽을 취소·연기함으로써 일본 내국인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올림픽 취소 여부는 칼로 무 자르듯 화끈하게 결정할 수 없는 난제다. 올림픽 취소 권한은 IOC에 있다. IOC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또다시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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