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에 선 한국 기후행동

2021.05.28 03:00 입력 2021.05.28 03:01 수정
로드 디번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의장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한국의 기후행동을 강화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환영한다. 한국이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처럼 2050년 온실가스 ‘넷제로’ 목표를 법제화하고 탈석탄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넷제로 추진 방향을 제시해줄 탄소중립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한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

로드 디번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의장

로드 디번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의장

나는 영국의 2008년 기후법에 근거해 설립된 독립기관인 기후변화위원회(CCC)의 의장직을 맡고 있다. C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영국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에 대해 조언을 한다. 여기에는 매년 영국의 온실가스 감축 경과를 평가하고, 검토한 내용을 의회에 보고하는 업무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CCC가 수행해온 정기적인 조언과 감시는 2050년 넷제로 목표의 법제화와 더불어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됐다. 특히 배출량을 현격히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주요 친환경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국민과 산업계 역시 앞으로 추진될 각종 정책들과 미래 투자에 확실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영국의 현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나는 한국이 넷제로 목표를 이룰 효과적인 배출 감축 경로를 찾는 데 있어, 새로 출범하는 탄소중립위가 영국 CCC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함으로써 2030년 감축 목표를 과학에 부합하도록 새로 설정하고,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구 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또 탄소중립위는 한국이 탈탄소 사회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며 더욱 탄탄한 경제 회복을 이루는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시민에게 정책 방향을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

지난해 12월 영국 CCC는 2035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 설정, 그리고 파리협정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종합평가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과학·기술·경제 측면의 종합적 평가가 포함됐다. 분석에 따르면, 넷제로 경로를 수행할 때 영국은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강력한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창출되고, 사람들의 건강과 생활에도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특히 평가서는 건물 및 저탄소 분야에 대한 단기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및 연료 사용에 들어가는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에너지 효율성, 재생에너지 생산, 탄소 배출 없는 이동수단 등에 대한 투자가 그것이다. 영국 정부는 CCC의 조언을 수렴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배출량의 68% 이상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또 항공 및 해운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함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1990년 수준보다 78% 감축하라는 위원회의 권고에 따를 것임을 밝혔다.

나는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영국의 2030 감축 목표와 같은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2050년까지 넷제로로 가는 강력한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달 말 열릴 P4G 정상회의와 11월 개최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모두에게 더욱 밝고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야심찬 약속을 선언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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