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청년

2021.11.18 03:00 입력 2021.11.18 03:03 수정

올해도 다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을 볼 때마다 ‘청년은 이런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일터에서는 여전히 내가 막내인 경우도 많고 그래서인지 “너는 아직 젊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때로는 청년들의 의견을 내게 묻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다고 해서 내가 청년인 것은 아니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자리를 충분히 내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내가 막내인 것일 뿐이다.

이총희 회계사

이총희 회계사

내가 청년회계사회를 조직했을 때, 청년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어떤 분들은 나도 마음만은 청년인데 받아주느냐고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비아냥거림을 담아서 물어왔다. 그때는 내가 청년의 나이였기 때문에,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이 올바른가를 고민했었고 그래서 그런 질문들을 그냥 허허 웃어넘겼었다. 하지만 이제와 돌아보니 청년들의 발화 창구가 없어 만들어진 청년회계사회마저 어른들이 차지하려 했다니, 청년마저 도둑맞을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청년을 도둑질하는 세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청년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는 듯하다. 청년고용법은 청년을 만 29세까지라 하고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만 34세까지라고 한다.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나이를 늘린 것이지만, 청년들에게 충분한 자리를 주지 않고 청년의 범위만 확대하는 이런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모습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 제99조는 청년후보자를 만 45세 ‘이하’라고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규정 제9조에서 청년최고위원은 만 45세 ‘미만’이 피선거권이 있다고 한다. 미만과 이하의 차이일 뿐, 45세가 기준인 건 동일하다.

몇 자리 주지 않는 것조차 ‘유사’청년들과 경쟁을 시키니 이건 청년들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청년이라는 용어를 훔쳐간 것에 불과하다. 나도 지금 학생들과 세대차이를 느끼는데, 나보다 열 살은 많은 사람들이 과연 청년들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45세와 25세 사이에는 강산이 두 번은 변했다.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 가득 찬 욕심과 관련한 문제다. 진보정당에서도 같은 대선 후보가 세 차례나 나오고 있다. 물러나야 할 때를 놓치는 이들은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큰 착각은 없다. 자기 자리를 놓지 않고 하는 청년 걱정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가끔은 많이 가진 이들이 상징자본마저 탐을 내어 청년을 도둑질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청년을 졸업하고 잠시 유사청년으로 살아왔다. 얼마 전 생일이 지나고 나이를 또 한 살 먹으며 이제 청년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기로 했다. 보통 중장년이라고 불러 장년이 중년보다 나이 들어 보이지만, 중년은 장년과 노년 사이의 단계이고 장년은 30대를 뜻한다고 한다. 장년회계사인 나는 작은 지면이지만 청년들을 위한 발언대인 이 자리를 진짜 청년에게 돌려줘야겠다.

누구나 마음만은 청년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청년의 마음이라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양보의 미덕이 살아나 우리 사회에 진짜 마음이 청년인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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