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독점의 중독에서 깨어나야 한다

2022.04.23 03:00 입력 2022.04.23 03:01 수정

권력은 한마디로 남의 신체와 정신을 지배하여 자기 마음대로 처분하는 것이다. 가장 잘 나타난 형태가 국가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국가는 법으로 강제한다. 보다 효율적인 지배를 위해 교육으로 이념 무장을 시킨다. 생각해 보라. 나는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왜 이 나라의 국민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속한 나라의 모든 이웃을 일일이 만나 악수하고, 영토를 다 밟아보고 나서 승인했는가. 지도만으로 국토를 인식하며, 소속 여부의 기회도 없이 추상적인 숫자 속 국민으로 편입된다.

국가의 이복형제인 자본도 잠복된 욕망을 부추겨 물신의 낙원을 창조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자본이 만든 이러한 세상을 하이퍼리얼리티라고 부른다. 실제와는 무관한 이미지인 시뮬라크르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시뮬라시옹 현상이다(<시뮬라시옹(하태환 옮김)>). 대통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당 대회를 통과한 인물의 출현, 미디어의 인물 품평, 여론조사에 의한 대결구도 압축, 스릴 넘치는 개표방송, 권력 분배를 위한 낙점의 권능, 화려한 퍼포먼스를 동원한 취임식 등 이 모든 것은 권좌의 실체화를 위해 TV화면에만 등장하는 ‘트루먼 쇼’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한번 만나 진지하게 대화해보지 않은 사람의 존재가 똬리를 틀고 앉아 지배하는 것을 느낀다. 대국민 메시지에 나타난 그분의 뜻을 벗어나지 않을까, 자기 동조화를 속성으로 하는 권력의 자장 속에서 배제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러시아처럼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젊은이들은 국가폭력의 희생자다. 권력자의 자의에 의해 삶을 다 살아보지도 않은 그들의 하나뿐인 목숨은 세상에 헌신짝처럼 내던져진다. 명령을 내린 지도자는 전쟁이라는 지옥에는 오불관언이다. 중독된 자기중심의 세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좌든 우든 매번 도장을 눌렀지만 바뀐 것은 얼굴뿐이다. 독점권의 이전만을 추인해왔다. 헌법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한 번이라도 실현된 적이 있을까. N분의 1씩 주권을 쥐여준 대통령은 그들 모두의 권익을 지킬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독점하에서는 오직 적과 아군으로 나뉠 뿐이다. 최고의 헌법이라고 자랑할 때가 언제였던가. 권력의 판세가 바뀌는 탓도 있지만 운영도 귀걸이나 코걸이처럼 달라진다. 법전문가인 최고 실권자가 말하는 통합의 정치가 “좋은 놈과 나쁜 놈” 모두를 포함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적과 나쁜 놈도 같은 한 표를 던진 주권자임에도 말이다.

그러니 지금 최고의 관료로 낙점받은 이들을 보면 이러한 독점의 논리에 충실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입학 비리, 병역기피, 농지법 위반, 일왕생일파티 참석, 탈세, 전관예우, 핵무장 주장, 사외이사 겸직, 골프 향응, 여성 비하, 위장전입 등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족을 향한 뜨거운 사랑 위에 돈과 힘에 대한 독점을 향한 불타는 의지가 충만함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이야말로 독점·독식의 세계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권력의 사유화는 미세한 마음의 작용에서 시작된다. 종교의 황금률인 역지사지를 실천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권력의 공정성을 바란다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독점을 벗어나는 길이 있다. 대선에서 경쟁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함께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프랑스처럼 이원집정부제를 벤치마킹하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반쪽이 원하는 사람이니 이 공동체의 최고 권좌의 일원으로 함께 일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다. 평범한 백성의 생각으로는 그래야 합당하다. 0.73%포인트 차이는 진영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는 거리다. 법이 정치가 되려면 덕을 갖추어야 한다. 포용과 협치라는 말이 현실이 될 때, 비로소 법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법화경>에서 부처님은 “내가 있는 이 땅의 모든 중생은 나의 자식이다”라고 설한다. 원효대사는 세상에 펼쳐진 모든 사물과 현상이 다 한마음에서 흘러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남을 떠난 대비(大悲), 무연(無緣·차별없이 평등한 것)의 대비야말로 가장 큰 힘이다”(<대승기신론소>)라고 말한다. 왕(王)은 ‘심심풀이 사주’로 본다면, 하늘과 땅과 사람을 한 몸으로 보는 자다. 정치적으로 보면 내 편과 네 편과 중도층을 자신의 큰 품에 끌어안는 것이다. 정치혁명은 마음 하나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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