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마음으로 읽는 ‘윤석열 법치’

2022.07.25 20:29 입력 2022.07.25 20:35 수정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ENA 제공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앞의 정체성보다 뒤의 정체성에 주목하며 드라마를 본다.

김민아 논설실장

김민아 논설실장

우영우는 치매 남편과 다투다 살인미수 혐의를 받게 된 여성 의뢰인에게 ‘마음’을 묻는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상죄, 실수였다면 과실치상죄입니다.” 의뢰인이 답한다. “영감 저러는 꼴을 보면 그냥 확 죽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우영우는 다르게 본다. “저라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잘 때 그 사람 눈이 부실까봐 커튼을 쳐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영우는 피해자 병실에 갔다가 남편이 깰세라 커튼을 치는 의뢰인 모습을 눈에 담아뒀던 거다.

<우영우>에는 강도상해죄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을 받는 탈북민 사연이 등장한다. 배심원들은 징역 4년을 평결하지만, 재판장은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한국 사회 법과 규범에 익숙지 않은 점, 초범인 점, 5년이 지난 후이긴 하나 자신이 저지른 죄를 잊지 않고 처벌을 받을 목적으로 자수한 점”을 참작했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지난 22일 마무리됐다. 협상 타결 3시간20분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한동훈 법무부·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브리핑을 했다. “불법점거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입니다.” 경찰은 바로 하청노동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31일간 1㎡(0.3평) 크기 철구조물에 스스로를 가뒀던 유최안씨도 영장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 눕지도 서지도 못한 채 한 달을 보낸 유씨가 병원으로 이송되자마자 들이댄 그 법의 ‘마음’은 무엇인가. 판사 출신 이상민·검사 출신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의 ‘스타 장관’들이다. 이들은 법 집행에 앞서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본 적 있을까. 파업이 불법인지는 수사기관에서 관련자들을 조사한 뒤 판단할 일이다. 조사도 하기 전, 아니 노사 합의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 ‘불법’ 딱지부터 붙이는가. 다행히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점거농성이 해제됐고, 노동자들이 경찰 출석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법원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영우>에서 변호사 정명석은 로펌 대표가 우영우 교육을 부탁하며 ‘서울대 로스쿨 수석졸업’을 언급하자 “암기력만 좋아도 성적은 나온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정명석은 우영우에게 첫 사건을 맡겨본 뒤 자기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암기력만 좋았던 법률가는 드라마 속 우영우가 아니라, 현실 속 이상민·한동훈인 듯싶다. 두 장관은 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과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중대 변화(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추진하면서도 헌법에 눈감고 소통에 귀 막는다. 헌법 96조는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인사정보관리단과 경찰국 설치는 법무부·행안부 조직과 직무범위를 크게 변화시키는 사안이다. 그런데 두 장관은 법 개정을 외면한 채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이고, 40일 걸리는 입법예고 기간도 2일(법무부)·4일(행안부)로 단축했다.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조차 “위헌”이라 하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 당시 검사들은 직급별로 줄줄이 모였으나 아무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반면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경찰서장들은 토요일 오후 한 차례 모였다고 주도자가 대기발령되고, 참석자 전원이 감찰받을 위기다. 이상민은 이 회의를 “하나회 쿠데타”에 비유하기도 했다. 경찰 위상을 ‘하나회 출신 노태우’가 집권하던 31년 전으로 퇴행시키려 하는 건 자신 아니던가? 이상민·한동훈은 사시에 ‘소년등과(少年登科)’할 만큼 암기력은 좋았을지 모르나, 논리학이나 법철학·법사회학 책은 펴보지 않은 것 같다.

우영우 변호사가 윤석열 정부를 본다면? “윤석열 정부의 법도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그건 노동자의 마음이 아니라 자본가의 마음 같습니다. 공직자의 마음이 아니라 검사의 마음 같습니다. 아니 권력의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은 모든 시민의 마음을 중시해야 합니다. 마음과 마음 사이에 차등을 둔다면, 법이 아닙니다.”

법률가는 두 부류로 나뉠 것이다. ‘마음’ 앞에 겸손한 법률가, ‘마음’ 앞에 오만한 법기술자. 윤석열 정부의 수많은 법률가들은 어느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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