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데드 크로스’, 왜?

2022.07.04 20:39 입력 2022.07.04 22:07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숙소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을 3일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숙소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을 3일 대통령실이 공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남편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검은색 운동화를 신었다. 아내는 검은색 상의에 흰색 바지, 흰색 스니커즈 차림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공원을 산책하는 부부는 즐거워 보인다. 대통령실이 지난 3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나토 정상회의 방문 사진이다. 귀국 이틀 후 ‘B컷(비하인드 컷)’ 여러 장을 공개한 대통령실의 정무감각에 뜨악했다. ‘시밀러 룩’을 차려입고 환하게 웃는 대통령 부부가, 폭염과 고물가 속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은 해봤을까.

김민아 논설실장

김민아 논설실장

취임 두 달을 맞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가 이어지고 있다. 4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6월27일~7월1일)에선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50.2%,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4.4%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7월1~2일)에서도 51.9%가 부정 평가를, 42.8%가 긍정 평가를 내렸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다수 정권이 그러하듯 윤석열 정부도 지지율 하락 원인을 ‘외생변수’에서 찾으려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 지지도가 하락한 이유는 물가 상승이라든가 경제 문제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도 한 원인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고물가 사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변수 영향이 크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지지율 하락의 답은 다른 데 있다. 열쇳말은 ‘다섯 사람’ 이름이다.

첫째, 한동훈(법무부 장관). 그는 윤 대통령이 쌓아올리고 있는 ‘검찰공화국’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검찰의 독립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정수석실을 없애긴 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기능이 법무부로 넘어오면서 한 장관이 민정수석 및 공석 중인 검찰총장까지 사실상 겸임하게 됐다.

둘째, 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윤 대통령의 고교·대학 후배인 그는 경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31년 전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거다.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퇴행’이다.

셋째, 박순애(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헌정사상 최초로 ‘만취운전’이란 수식어가 붙는 부총리가 됐다. 스스로는 ‘발광체’가 아니지만, 윤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넷째, 김 여사.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폐지와 배우자의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다. 김 여사는 그러나 개인 팬클럽을 거느리고,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정에 사적 지인을 동반했다. 그러면서도 ‘허위경력 의혹 고발사건’ 서면조사 답변서는 내지 않고 있다.

다섯째, 윤 대통령. 출근길 약식간담(도어스테핑)에서 그는 후보 시절 못지않은 설화를 빚어내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브리핑한 ‘주 52시간제 개편’에 대해 다음날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찰 편중 인사를 지적하자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6월28~30일)에서 국정수행 부정 평가자들은 인사(18%), 경제·민생 살피지 않음(10%) 순으로 이유를 꼽았다. 결국 문제는 위기 자체보다 위기에 대한 정부 대응에 있다. 먹고살기 힘든 시민들을 보듬기에도 부족할 시간에, 검사와 지인들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경찰 힘 빼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으니 믿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선거운동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하지 않았다”며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지도자들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지도자는 없다. 만약 있다면 큰 문제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지지율 변화를 통해 민심의 풍향과 풍속을 읽어낸다.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원인이 무엇인지 살피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옳다. ‘쿨한’ 척 외면할 일이 아니다.

다시 ‘나토 방문 B컷’이다. 대통령실이 ‘대방출’한 사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책상 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업무를 보는 사진이 들어 있다. 화면이 사실상 백지 상태여서 ‘설정샷’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실에선 “대통령이 국무회의 안건을 결재한 직후 화면이 사라진 상태를 찍은 것이다. 왜곡하는 건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해명을 믿을 테니, 다음 순방부턴 B컷 공개 같은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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