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동노동, 어린이 유튜버

2023.04.26 03:00 입력 2023.04.26 03:02 수정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의 인기가 상당하다. 우리나라 교육부와 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2022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를 비롯한 크리에이터가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3위에 올랐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에 자주 노출된 현세대 어린이들에게 유튜버라는 직업은 선망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동시에 어린이 유튜버·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착취, 열악한 노동환경, 보호장치 미비 등 어두운 면도 드러나고 있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유튜브 영상 속 어린이들은 대체로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콘텐츠가 부모가 만들어놓은 상황에서 아이들의 행동과 반응을 살펴보는 내용이기에 촬영이라는 틀 안에서 아이들의 자율성, 주도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또한 촬영 과정에서 조회수, 구독자수에 관심을 두는 어른의 연출이 가미되어, 특정 방향으로 아이의 행동을 유도하게 되면서 놀이가 아니라 강제노동의 영역으로 전환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아이가 원치 않는데도 부모의 억지로, 휴식시간 없이 촬영할 경우, 아이들을 착취하고 학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 유튜버·크리에이터들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노동기구 조약, 근로기준법에 따라 15세 미만 아이는 노동할 수 없고, 15세 미만 아이가 노동하려면 취직인허증을 받아야 한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도 어린이 연예인의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 유튜버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와 같은 보호장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더욱이 어린이 유튜브 채널의 경우, 일반적으로 부모가 제작자 겸 보호자이기에 착취·학대를 감시·제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인터넷개인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보호지침’을 발표했지만 지침은 당사자들의 자율적 규칙 준수에 의존하므로 법적 장치로 역할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프랑스는 2020년 어린이 유튜버를 어린이 모델·배우에 준해 보호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이 법에 따르면 16세 이하 자녀와 함께 수익을 목적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는 지자체의 행정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어린이 유튜버의 수입을 16세가 될 때까지 은행계좌에 묶여 있게 해 부모의 지나친 영리 추구를 막고자 했다. 독일도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에서 어린이 유튜버들의 노동환경과 유튜브 콘텐츠의 잠재적 유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엔 어린이 유튜버들이 영상에서 소비하는 정크푸드가 시청하는 아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기에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의회 내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위원회에서 보고서를 통해 어린이 유튜버들이 광고와 스폰서십으로 받는 수입에 대한 불분명성, 부모의 아이 착취, 혹사 등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이들의 활동을 기존 아동노동 법제에서 다룰 수 없음을 확인하고 노동시간과 노동환경을 규제할 새 법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주는 어린이주간이다. 어린이 유튜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비롯한 보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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