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일본 원자력규제청 장관인가

2023.07.19 03:00 입력 2023.07.19 03:01 수정

일본 도쿄전력은 ‘원자력 사업자’이다. 지어 붙인 낱말이 아니다. 일본법에 그렇게 돼 있다.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에 적용하는 일본법이 따로 있다. 긴 이름의 일본법을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알아두지 않으면 안 된다. 핵원료 물질, 핵연료 물질 및 원자로 규제에 관한 법률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한국과 세계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실현하는 일차적 방법은 일본 국내법에 있다. 일본이 방사능 사고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맞게 일본법을 적용하면 된다. 그래서 일본법에 대한 이해가 좀 필요하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일본의 원전안전법령 핵심은 원자력 사업자의 사업에 대한 규제다. 즉, 원자력 사업자의 실시계획에 대한 통제다. 구체적인 실시계획을 꼬치꼬치 따지고 점검하는 것이다. 원자력 사업자가 실시계획 허가를 받지 않고 방사능 물질을 방출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한다.

도쿄전력은 지난해 7월22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오염수 방류 실시계획 허가를 신청했다. 이러한 허가 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일본국 공무원으로 원자력규제청 장관이 있다. 지금은 가타야마 히로무라는 경제산업 관료 출신이 장관이다. 이 자리는 2011년 일본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겪은 후 새로 만들었다.

나는 도쿄전력의 실시계획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 원자력규제청의 직무유기다. 기준치를 180배 초과하는 세슘 우럭이 나온 데 대한 구체적 분석과 대책이 없다.

실시계획대로라면 방사능 물질은 바다에 고루 분산되어 축적되지도, 어류에 농축되지도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일본법을 제대로 집행하려는 일본 원자력규제청이라면 세슘 우럭 관련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 일본 원자력 규제 기구의 중대한 직무유기다.

대신 일본은 일단 방출을 전제하고 방류 후 모니터링을 강조한다. 도쿄전력도 지난해 원자력규제청에 낸 방출 허가 신청서에 이렇게 썼다. ‘방출 후 해역 모니터링에서 방출 방사능 물질 기준을 초과하는 이상치가 검출되는 경우에는 방출을 정지하겠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실시계획을 인가했다. 도쿄전력이 이를 지키지 않으면 방류 자체가 금지되고 처벌받는다. 법적 의무다. 여기에 더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방출 방사능 물질 기준을 초과했는지를 측정하는 해상 모니터링 장소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도쿄전력은 올해 2월, 이런 내용을 담아 실시계획 변경 인가를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일단 방류된 뒤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이를 중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광대한 태평양에 대한 부분적인 측정치로 30년이 넘는 장기적 방사능 물질 방출이 플랑크톤과 새우 등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오염수 방출 기준 초과 시 방류 중단을 요구했을 뿐이다. 이것이 한국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인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지난해 7월에 일본 원자력규제청 장관이 원자력 사업자 도쿄전력에 지시한 내용이다.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출 실시계획에 이미 포함돼 있어 법적 의무로 규정된 사안이다.

한국 대통령은 일본 총리에게 ‘세슘 우럭’을 지적했어야 했다. 원자력안전법의 철저한 집행을 요구해야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국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일본 국내법에 따라 도쿄전력에 강제돼 있는 방사능 물질 기준 초과 시 방류 중단을 요구사항이랍시고 기시다 총리에게 제안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청 장관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은 일본에 이중의 이익을 주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국제적 연대에서 한국이 이탈했다. 게다가 한국이 자진해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논거를 허물어주고 있다. 한국 정부 시찰 보고서는 후쿠시마 어류를 연간 ‘69.35㎏’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도쿄전력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하고 칭찬했다. 나아가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일본 후쿠시마 바다의 방사능 수치는 안전하다는 측정치마저 게재했다. 후쿠시마 세슘 우럭에 대해서는 아예 쓰지 않았다.

이렇게 한국은 일본보다도 후쿠시마 바다와 수산물의 안전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수산물 수입금지의 세계무역기구(WTO) 국제 통상법 근거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누가 일본 원자력규제청 장관인가? 가타야마 히로무인가? 윤석열 대통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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