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포퓰리스트는 사방을 난사한다

2023.11.21 20:40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어려울 때 속내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결국 보궐선거 이후 한 달 동안 “의대 정원 확대-김포 서울 편입-공매도 금지-은행 다시 때려잡기-상속세 폐지” 등이 쏟아져 나왔다. 또 보수언론마저 포퓰리즘 정부라 비판하는 와중에, 자기들은 포퓰리즘이 아니며 젊은 세대의 미래를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정부라면서 있는 대로 힘을 주던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중 두 개는 퇴로를 찾는 중이다. 연금개혁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성만 담긴 맹탕개혁안을 국회로 던져버렸고, 노동개혁은 노사가 원할 경우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겠다면서 세부적인 개선 방안은 노사정 대화로 넘겨버렸다. 총선 전까지(어쩌면 다음 대선 전까지) 윤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우파 포퓰리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구의 우파 포퓰리즘에 대해 비판은 많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이겼고 2024년 대선에서 또 이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세계화, 민주주의 선도국이 왜 2016년 반세계화, 반의회·반사법·반언론의 아이콘 트럼프를 뽑은 것인가? 우파 포퓰리즘의 발흥에 대해서 경제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국제무역에서의 중국충격, 이민, 또는 기술발전으로 인한 저숙련 일자리 붕괴이다. 그런데 언뜻 생각해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만이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제조업 붕괴로 일자리가 사라진 미국 중서부 러스트벨트에서만 이긴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나온 대안적 설명이 문화적 동질성, 전통적 가치,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듯 보이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감정적 역풍이다. 백인·노년층·보수층·서민층의 불편함·우울함·외로움에 포퓰리스트들이 올라탔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분노투표자들이 선택한 지도자의 실체는 무엇이고, 그가 가져올 미래는 노스텔지아인가?

우선, 포퓰리즘 지도자는 과잉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아웃사이더 이미지가 있고, 전통적인 정치방식을 무시하며, 선동적인 단어를 쓰고,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과잉 자신감은 무서운 특징인데 이런 사람들은 네트워크가 좁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냉정함을 잃고, 분석적 능력이 떨어지고, 직업윤리가 부족하고, 듣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 이런 난세의 영웅 놀이에는 악당 역할을 맡아줄 집단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21세기 한국의 악당으로 공매도를 일삼는 외국투기자본과 소상공인을 종으로 부리는 은행을 캐스팅하였다. 20세기 독일의 히틀러는 유대인을 악당 삼아 파시즘을 구축했는데 한국의 악당은 참 생활밀착형이기도 하다. 언제나 사람은 지금 내편인 강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통쾌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심하지 마시라. 좌파 포퓰리즘과 다르게 우파 포퓰리즘의 칼끝은 어디를 향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된 남미의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는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며 중앙은행 해체를 외쳤다.

두번째, 이게 가장 비극일 수 있는데 과잉 자신감을 장착한 리더는 경험을 통한 학습을 못한다. 실수를 교정하면서 개선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쉬운 직무보다 어려운 직무에서 더 개선이 일어나지 않는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하자 엉뚱하게 윤 대통령은 은행의 고금리 장사를 때려잡았다. 보수 쪽에서도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했으며 누군가는 “아, 이게 단순히 은행의 탐욕이 아니라 기준금리 상승, 채권시장 불안, 은행의 자산부채관리 등등의 이유도 있습니다”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개선되었나? 개선은커녕 “은행 종노릇” 발언으로 은행 때려잡기 시즌2를 열어젖혔다. 국민들은 포퓰리스트 지도자의 정신건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금융시장을 탐욕 하나로 단순화하는 내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 포퓰리즘의 정의와 결과는 나름 분명하다. 라틴아메리카 중심으로 역사도 오래됐고, 재분배 우선주의이고, 재정 위기와 100%가 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그런데 우파 포퓰리즘은 아직까지는 블랙박스이다. 2000년대 이후 서구 중심으로 부흥했고, 재분배라는 좌파 포퓰리즘식의 공통된 의제도 없고, 리더들만 과잉자신감이 솟구치기 때문이다. 하나 주목할 만한 실증분석 단초는 좌파나 우파 포퓰리즘 공히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경제를 말아먹을 수 있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윤 대통령식 우파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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