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정치에 묻는다

2023.11.22 20:27 입력 2023.11.22 20:38 수정

2년 전, 정치권은 30대 야당 대표 선출에 화들짝 놀랐다. ‘이준석 돌풍’이다. 이준석 돌풍은 기존 정치에 세 갈래 맞바람으로 불었다. 정치교체, 정권교체, 세대교체였다. 낯선 ‘블랙 스완’인 그를 대표로 맞은 국민의힘은 “보수의 앙시앵레짐을 무너뜨린 체제교체”라고까지 평했다. (모호하지만) 공정·능력주의라는 좌표를 앞세웠고, 보수가 금기시한 사회적 의제도 건드렸고, 대구에선 “탄핵의 강을 건너자”며 상한선을 깼다. 대놓고 지지해도 민망하지 않은 ‘멀쩡한 보수’ 이준석의 탄생은 정치 전반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준석 돌풍이 다시 불고 있다. 거물과의 싸움에 익숙한 그답게 최고권력자를 상대로 세력화를 선언했으니 이번 돌풍도 심상치 않다. 그러나 그가 신당을 만들든, 국민의힘으로 회귀하든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부침을 겪긴 했지만 이준석은 집권여당 대표였고, 이제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게임체인저가 아닌 이준석 정치의 힘이 무엇인지 말해야 할 때다. 그래서 묻는다. 지난 2년 이준석 정치는 과연 진화했나.

‘공존, 현실문제 해결.’ 언론에서 밝힌 그의 생각 중 정치교체에 가장 가까운 말이다. 그러나 ‘불편한 할당제’ ‘여성가족부 폐지’(국민의힘 대선공약)를 말하며 젠더라는 시대 가치를 부정했던 그가 성찰한 흔적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정치가 “페미니즘을 정책보다 철학, 신념으로 소비한다”고 했다. 페미니즘은 차별에 저항하고 평등을 지향한다. 미래가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는 희망이 정치 아닌가. 페미니즘은 그래서 정책과 정치이고, 신념과 철학이다. 정책과 철학·신념의 갈라치기를 공존의 정치라고 할 수 있는가. 차별사회일수록 ‘잠재적 가해자’는 ‘잠재적 수혜자’라는 자각부터 해야 한다. 그는 전장연 시위도 “비문명적 방법이다. 북파공작원이 그랬다 해도 똑같이 비판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 시위는 장애인도 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걸 알리는 투쟁이다. 도대체 문명적 방법은 무엇이며 장애인들 요구에 국가는 문명적으로 대하고 있나. 하나 더, 북파공작원은 교통권 쟁취 시위를 할 리가 없어 얼토당토않은 비유다. 여전히 혐오와 차별이 이준석 정치의 동력 같은데, 불평등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것이 정치교체인가.

정권교체는 2년이 흐른 시점에선 보수교체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패러다임 전환을 말하며 “안보·수구보수에서 탈피하고, 따뜻한 보수를 하겠다”고 했다. 2년 전엔 능력주의·공정론을 새로운 보수정치 열쇳말로 삼았다. 그때도 이 슬로건이 실력주의, 기계적 공정 아니냐는 비판이 컸다. 그러나 보수주의가 정치사상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겸손·혁신 때문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자본주의 모순을 개혁한 영국 보수당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능력주의·공정론에 대한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면 ‘따뜻한 보수’는 모순이고, 낡은 보수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도 신뢰하기 어렵다.

세대교체는 이준석 돌풍의 핵이다. 그는 갈라쳐서 2030 남성들의 공간을 열고 구질서를 치받으면서 세대교체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됐다. 그러나 이준석을 상징하는 ‘이대남’이라는 세대담론은 같은 세대 안의 계급·젠더 문제를 밀어낸 배제의 정치를 강화한 면도 있다. 그래서 그의 당대표 당선 의미가 “청년세대 대표성 강화가 아닌 정권교체를 위한 보수 기성세대의 전략적 지지”라는 평가도 나왔다. 청년 보수층을 전 사회적 가이드라인으로 끌어올릴 거라는 전망도 세대교체 정치의 기대치였지만, 어디에도 뚜렷한 징후는 없었고 그도 분명한 세대 정신을 규정하지 않았다. 이건 세대교체가 아니라 특정 세대의 특정 성별에 딱지를 붙여 지지를 얻는 세대 선정주의 아닌가.

대신 그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이준석 정치를 채웠다. 신당 창당, 국민의힘 회군도 윤 대통령 변화가 최우선 조건이다. 그러나 변해야 할 국정기조가 무엇인지, 윤석열 정부 출범 일등공신이 이준석 전 대표인데 본인의 반성문은 있는지 모르겠다.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도 이준석의 어떤 정치에 동의하는지 의문이다. 이래선 곤란하다. 새로운 정치는 언제나 세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전이 있었다. 이준석 정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권력 투쟁, 개인 상품성을 높이려는 정치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만든 신당은 낡은 보수의 메뉴만 바꾼 신장개업 정당이고, 이런 자세로 회군한다면 국민의힘은 권력을 탐하는 세력이 추가된 그저 그런 보수정당일 뿐이다. 정치, 가볍게 보지 마시라.

구혜영 논설위원

구혜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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