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매각과정과 법치주의

17세기 영국 대법원장인 에드워드 쿡 경은 영국 국왕인 제임스 1세와 논쟁을 벌이면서 “국왕이라 할지라도 신과 법 밑에 있다”는 말을 남겼다. 절대군주 권력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에 의해서만 통치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쿡 경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국왕의 권력을 견제하고 의회의 법률이 지배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리청원 초안 작성을 주도했다. 이를 법치주의라고 부른다.

대통령의 권력도 국회에서 제정된 법에 의해 통제되며, 이를 위반할 시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는 것을 승인했다. 공영방송을 민영화하는 것은 정권 성격에 따라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매각 과정은 구성원과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므로 법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방통위는 합의제로 운영되는 기구다. 방통위법에 따라 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는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가 1인을 추천하고 그 외 교섭단체가 2인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야당이 2명의 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방통위법 7조는 위원의 결원이 생겼을 때는 ‘결원된 날부터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 방통위는 여당 측 위원장과 부위원장만 있을 뿐이고 야당 측 위원들은 결원 상태다. 정부는 방통위법 13조에 따라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한다’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으로 YTN 매각을 결정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위원회 회의에 대해 ‘위원 전원 참석 혹은 과반 참석’이라는 의무 규정이 빠져 있는 것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원 결원이 생겼을 때 즉각 보궐위원을 임명하도록 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절차적 하자를 가지고 있다. 만약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지속된다면 위원회가 아닌 최고결정자 1인의 책임과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독임제 행정기구로 운영되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일은 반복되고 있다. 뉴스타파는 2022년 8월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11일 1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10일부터 같은 해 7월29일까지 대통령비서실이 체결한 공사·용역·물품구매 수의계약 내역과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관해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 수의계약 내용을 비공개 처리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계약 내용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고, 중앙행정기관도 정보공개법에 따라 ‘사전정보공표’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매년 외부위원들과 함께 평가 과정을 거쳐 기관별 등급을 매긴다. 국내 모든 공공기관은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더라도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요청받은 내용을 제공한다.

법원은 ‘정부의 예산 집행에 관한 정보로 감사원의 회계감사 및 국회의 국정감사 대상이므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업무 처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수의계약은 정보공개법상 공개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는 법에 근거한 행정 집행과 공개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것이 현재의 법치주의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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