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의 마음

2024.03.04 20:08 입력 2024.03.04 20:11 수정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씹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푸바오’가 대나무를 씹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푸바오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분홍색 살덩어리였던 탄생의 순간부터 100㎏가 넘는 건장한 판다가 되기까지 전 국민이 푸바오를 지켜봤다. 푸공주, 용인 푸씨 등 다양한 애칭으로 불리며 ‘국민 판다’가 됐다. 이번엔 푸바오 때문에 눈물바람이다. 4월 중국 반환을 앞두고 비공개 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푸덕이’들은 푸바오로부터 “위로와 감동을 얻었다”며 이별에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푸바오는 곧 중국에 송환된다. 이것은 사람의 관점이다. 푸바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나고 자란 집을 떠나 정든 사육사와도 이별한 채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떠나는 것이다. 생이별, 낯선 곳으로의 이주다. 사람의 마음이 아닌 ‘푸바오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긴 이동을 거쳐 낯선 곳에 도착했을 때 푸바오의 마음은 어떨까. 쓰촨성은 ‘판다의 고향’으로 불리지만, 한국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푸바오에겐 생면부지의 땅이다.

로렐 브레이트먼의 <우린 모두 마음이 있어>(후마니타스)는 동물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분리불안에 시달리던 반려견 올리버를 잃고 ‘마음 아픈’ 동물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공연을 하거나 노동해야 하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미국 한 동물원의 로랜드고릴라 톰은 번식을 목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졌지만 낯선 고릴라들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식음을 전폐한 톰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 사육사들이 톰을 보기 위해 새로운 동물원으로 찾아가자 그들을 알아본 톰은 흐느끼고 울부짖었다. 낯선 환경에서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푸바오는 평범한 동물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이동 중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무진동 트럭을 타고, 전세기를 이용해 중국으로 향한다.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의 안정을 위해 중국까지 동행한다. 앞서 일본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샹샹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야생과 가까운 쓰촨 판다기지에서 패닉 상태에 빠졌고, 일반에 공개되기까지 9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예민한 샹샹과 달리 사회적이고 호기심 많은 푸바오는 쉽게 적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요한 건 판다의 성격이 아니라 판다를 둘러싼 정치경제학이다. 중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판다를 활용, 우호적 관계를 맺고 싶은 나라에 판다를 ‘대여’해준다. 이른바 ‘판다 외교’다. 연간 100만 달러를 임대료로 받고, 현지에서 태어난 판다는 4년 내에 송환토록 한다. 판다를 빌리는 국가도 이익이다. 특유의 귀여운 외모로 동물원에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한다.

인간의 이익을 위해 이용된다는 점에서 푸바오는 다른 동물원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같다. 좋은 환경에서 살뜰한 보살핌을 받은 푸바오가 ‘최상위 버전’이라면 김해 부경동물원의 ‘갈비 사자’ 바람이가 ‘최하위 버전’일 것이다. 오성급 호텔이냐 고시촌 원룸이냐의 차이일 뿐, 이들의 운명은 오로지 인간에게 달려있다. 아이바오와 러바오 역시 임대가 끝나는 2031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푸바오를 보고 위로를 얻은 것도, 떠나서 아쉬운 것도 인간의 마음이다. 푸바오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일은 다른 동물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일로 확장될 수 있다. 좁은 수조에 갇힌 고래의 마음, 우리에 갇혀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의 마음으로 말이다.

이영경 문화부 차장

이영경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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