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어촌 정보화는 전시성 사업이었나

2005.11.01 18:08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가보다. 전자상거래 시스템 유지 비용으로 매년 41억원을 쓰고 있으나 매출액이 이 유지비의 40분의 1에 불과하다면, 이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01년부터 시작된 정보화 마을 사업은 처음부터 농어촌의 정보화 소외지역을 없앨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못지 않게 과연 실효성 있는 사업이 되겠느냐는 논란도 뒤따랐다. 실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된 마을에는 마을당 3억5천만원을 들여 수십대의 컴퓨터를 깔아주고 정보화센터까지 설치해 주고 있다. 그러나 시설 자체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농어촌 주민들이 활용하기에는 인터넷 프로그램이 대체로 까다로운 데다 정보화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인터넷 사용료에 부담을 느껴 시설 철거를 요구하는 등 추진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과 관련해 행정자치부는 전자상거래보다 정보 인프라를 까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나, 변명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농어촌 정보화 사업을 농수산물 판매 문제와 분리해 생각할 수는 없다. 실제로 정부가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홈페이지 구축과 농수산물 전자상거래 확충을 주요 사업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그래놓고도 막상 사업 시행 과정에서는 지역별 수요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대상 지역을 주먹구구식으로 선정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년 동안의 사업 실적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사업 전반을 정밀 점검해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외형적인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전시성 사업을 벌이지 않았는지를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은 시설투자비로 이미 1천억원 가까이 들어간 데다 앞으로 투입될 자금도 만만치 않다. 더 이상의 낭비성 사업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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