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실로 확인된 외교부 ‘음서제도’

2010.10.01 22:53

외교관 등 고위직 자녀에 대한 외교부의 인사는 예상했던 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유명환 전 외교장관 딸 특채 파문 이후 쏟아졌던 각종 부정 특채의혹이 행정안전부 감사 결과 모두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심지어 일부 특채자들은 구비서류인 어학성적표를 제출하지 않고도 합격했다. 이뿐만 아니다. 전·현직 고위 외교관 자녀들은 내부 규정을 어기고 장기 휴가를 내어 미국 로스쿨을 마치거나, 유학을 다녀오고도 국비로 다시 연수를 떠났다. 외교부의 ‘현대판 음서(蔭敍) 제도’가 확인된 셈이다. 외교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외교부는 그동안 제기된 각종 특채의혹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해왔다. 특채전형에서 탈락한 홍모 전 대사의 딸과 사위를 5급으로 채용하기 위해 합격자를 6급으로 발령내고, 재전형을 실시해 이들을 결국 5급으로 뽑았다. 지금까지 외교부의 설명과 다르다. 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의 딸 특채의혹과 관련해 외교부는 “외부 심사위원 3명을 포함한 5명이 모두 1위 점수를 주었다”고 주장해왔으나 실제는 마음대로 면접위원을 구성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 같은 사태의 원인으로는 외교부에 만연한 ‘우리끼리’ 문화와 엘리트 의식, 도덕적 해이 등을 꼽을 수 있다. 유 전 장관의 딸 특채 파문이 일어난 뒤 치부를 가리는 데 급급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외교부가 지금처럼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미봉책으로 일관하면서 악화된 여론이 잠잠하도록 기다린다면 언제든 유사한 파문이 재발할 개연성이 높다. 병의 근인을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나중에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외교부는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4일부터 열린다. 그런데 특채파문과 관련한 증인 중 유 전 장관 등 일부 고위인사들이 해외 체류를 빌미로 불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해외로 떠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국가의 최고위직을 지낸 사람들의 증언 회피는 용납할 수 없는 비겁한 행동이다. 문제의 당사자인 고위인사들은 국회에서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음으로써 외교부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외교부가 ‘비리 백화점’ 취급을 받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자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번 감사를 계기로 관련자 문책과 인사 조치는 물론 각 부처와 기관의 특채 제도 전반에 걸쳐 편법과 특혜를 근절할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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