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참사 5주기, 우리는 무슨 교훈을 얻었나

2014.01.19 21:06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20일로 꼭 5년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어깨를 움츠리며 출근하던 그날 아침 용산에서 들려오는 뉴스를 접하고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건물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는 주민들에게 중무장한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진압 작전이 벌어지고, 그 순간 검은 불길이 일면서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목숨을 잃은 참극,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용산 사건이다.

그때 가족을 잃은 사람과 주변 인사들은 지난 주말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용산참사 5주기 추모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남일당 건물이 있던 바로 그 자리가 지금은 공터가 되어 주차장으로 쓰인다는 사실이 오늘의 용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재개발을 이유로 사람 목숨까지 앗아가며 밀어붙이더니 참으로 허망한 결과인 것이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용산참사 이후 달라진 게 없는 정부 태도다. 예나 지금이나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 남일당 옥상에서 저항하던 철거민들은 경찰의 특수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죄를 쓰고 감옥에 가는데, 작전을 진두지휘한 경찰 간부들은 해외 총영사도 되고, 여당 공천장도 받고 공기업 사장 자리도 꿰찬다. 농성참가자들을 무더기 기소하면서 진압 경찰은 전원 무혐의 처리한 당시 검찰 간부는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호의호식하는 이들을 보면서 용산 유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용산참사를 가져온 사회 구조 또한 그동안 개선된 게 없다. 참극의 배경이 된 상가 권리금 문제만 해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건물주의 일방적 퇴거요구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꼼짝없이 권리금을 날리고 거리로 나앉는 일은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를 막으려면 반인권적으로 행해지는 강제퇴거라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텐데, 강제퇴거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용산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국회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재개발이라고 하면 철거부터 하고 보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생태와 지역공동체의 삶을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원칙의 전환이 있어야 하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 움직임이 없다. 대체 용산 참극에서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의심스럽다.

용산의 비극을 이대로 두고 우리 사회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숨진 이들의 장례가 치러지고 유족 보상문제가 타결되었다고 해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용산 피해자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가 추구한다는 사회대통합이란 한낱 공허한 말장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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