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현장 ‘문과의 눈물’ 이대로 놔둘 건가

2014.10.29 20:56 입력 2014.10.29 21:07 수정

교육현장에서 인문학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경향신문이 5회에 걸쳐 연재한 ‘문과(文科)의 눈물’ 시리즈는 학교 교육 현장 전반에서 ‘인문학 인프라’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학에서 문(文)·사(史)·철(哲) 중심의 순수 인문계열 학과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고교에서도 ‘문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문학 위기론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더 구체적이다. ‘문과의 눈물’ 보도에 따르면 2003년 이후 대학의 전체 학과 수는 16.6% 늘었다. 반면 인문계열 학과 수는 1.7% 줄었다. 게다가 2011~2013년 통폐합된 인문계열 학과도 43개에 이른다. 통폐합 후 ‘문화콘텐츠학과’ ‘디지털콘텐츠학과’ ‘역사콘텐츠학과’ 등으로 이름을 바꾼 학과들은 소설, 시, 근현대사 같은 순수 인문학 대신 ‘공연예술기획론’ ‘출판기획론’ ‘만화산업이론’ 등 이른바 ‘응용인문학’을 가르친다.

문제는 이 같은 순수 인문계열 공동화(空洞化)가 최근 기업들의 채용시험에서 인문계 출신보다 이공계열 전공자를 선호하는 현실과 정확하게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인문계 구직난이 ‘대학 인문계열 구조조정→교육·연구 수준 저하→인문학 경쟁력 약화→고교생의 인문계 기피→취업률 및 재학생 충원율 저조’의 악순환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대학들이 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인문학의 존립 기반 자체를 흔드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은 심히 걱정스럽다.

교육, 특히 대학의 원래 목적이 학문의 발전과 사고력·창의력 등 인문학을 통한 주체적 교양인을 기르는 것임은 새삼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학을 취업의 중간단계쯤으로 여기는 발언과 정책들이 쏟아져나왔다. 우리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대학 교육의 가파른 시장주의화가 어떻게 인문학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확인했다. 그 해결책으로 기업의 근시안적인 채용관행 개선,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취업률 제외, 대학의 학문 간 경계를 없애는 문·이과 융합교육 등이 제시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인문학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대학 당국은 ‘문과의 눈물’을 뼈아프게 새기고 인문학을 살리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는 인문학을 홀대하고 지적으로 불균형한 교육을 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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