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의 노동법·테러법 강행 지침은 민심 역행이다

2015.12.07 20:48 입력 2015.12.07 20:51 수정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에서 만났지만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국내외 비판적 목소리에 대한 고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는 노동5법과 테러방지법, 경제활성화법의 조속처리를 앵무새처럼 되뇌었을 뿐 야당 및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의사는 보여주지 않았다. 1·2차 민중총궐기 후 혹시나 하고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변화를 기대했던 시민들 입장에선 허탈하기 짝이 없는 회동이었다.

박 대통령은 “19대 정기국회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고 이제 꼭 해야 할 것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 되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가슴을 칠 일이고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고까지 했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여당 지도부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민감한 쟁점법안을 연내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였다. 양대 노총 위원장 중 한 명은 경찰에 둘러싸여 조계사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고 한 명은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상황에서도 노동계의 합의 역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듯이 보였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노동법안에 대해 “우리 딸한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부모세대한테는 안정된 정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는 “기간제법, 파견법은 이름을 잘못 지어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고용안정법’으로, 파견법은 ‘중년일자리 창출법안’으로 불러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정규직 전환의 희망고문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자동차·조선산업 등 경쟁력과 직결되는 뿌리업종에까지 땜질식 파견을 허용하는 법안을 미래를 위한 법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법에 대해서도 “청년들을 위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했지만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남용의 물꼬를 터준 상황에서일자리가 늘어나 봐야 청년실업 고통을 완화해주기보다 고용의 질만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은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왜 다수가 국정원 권한 강화를 우려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이 “우리가 기본적인 법이 없으니까 외국하고 국제공조도 못하는 기막힌 사정”이라고 한탄만 했다. 박 대통령은 댓글부대, 개인정보 감청 등 국정원에 쏠린 의혹은 하나도 해소하지 못한 채 지금처럼 공안통치와 일방적 국정운영만 강조하는 한 원하는 법안의 통과는 물론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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