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계 압박에 또 굴복한 최저임금위, 이젠 국회가 맡아야

2016.07.17 20:34 입력 2016.07.17 20:53 수정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 오른 시급 647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야당에서 요구한 두 자릿수 인상률은커녕 지난해(8.1%)보다 못한 7.3% 인상에 그쳤다. 최저시급 6470원은 월급 기준으로 135만원으로 올해 미혼 단신가구 생계비(167만원)의 80.8% 수준이다.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최저임금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한 헌법상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한 방식 역시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물건값 흥정하듯 공익위원들이 심의구간으로 제시한 3.7~13.4% 구간의 절반에서 인상률이 결정된 것이다. 노동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들만으로 인상안을 결정한 것도 해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4·13 총선에서 야당들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하고 여소야대로 국회 지형이 바뀌었음에도 최저임금위원회가 민의를 따르지 않은 것은 재계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재계는 해마다 영세·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앞세우고 있지만 재벌들이 최저임금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다들 안다.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파견, 용역, 계약직 등 착취형 임금구조에 의존하고 있는 재벌들에 가장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거꾸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를 줄이고 재벌들에 집중된 부의 재분배를 가져올 수 있다.

경영자총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86.6%가 일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부담이 2조5000억원 증가하게 됐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70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 있는 재벌들이 2조5000억원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걱정된다면 적정 납품단가 보장과 인건비 상승 부담을 나누겠다고 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현대자동차가 서울 강남의 한전 부지를 사들일 때 쓴 사내유보금 10조원의 4분의 1만 투자해도 2조5000억원 문제는 해결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해마다 재벌들의 최저임금 인상 반대논리에 끌려다니는 이유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재계가 정부를 압박하고 정부가 공익위원들을 통제하는 식이다. 결국 최저임금위원회 구성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재계의 목소리만 대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게 맞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