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 앞에 놓인 과제들

2016.08.09 21:20 입력 2016.08.09 23:03 수정

새누리당이 어제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핵심 이정현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이 대표는 비박계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을 큰 표차로 따돌렸다. 당 대표와 별도로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강석호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박계가 휩쓸었다. 선출직 지도부를 친박계가 장악한 형국이다. 친박 패권주의를 심판한 총선 민의는 실종되고,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했다. 이 대표를 선택한 새누리당의 표심은 존중하나 ‘대통령 비서’ 출신 집권당 대표의 등장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이나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당선 자체가 새누리당의 계파정치가 얼마나 강고한지 증언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전날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저를 발탁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박근혜 대통령께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며 ‘친박 본색’을 드러냈다. 앞서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도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이 의원을 밀어줬다는 ‘오더 투표’ 논란이 인 바 있다.

이 대표 앞에는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총선에서 참패한 당을 추스르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이 청와대로부터의 독립 없이는 난망이라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박근혜당’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 “수평적 당·청관계”를 약속했던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눈치만 보며 집권당으로서의 역할을 사실상 방기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굴레를 스스로 벗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대통령의 오류와 독선·독주에 대해 과감하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논란이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등 당면 현안에서부터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갈등을 빚고 있는 대야 관계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책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현실부터 인정해야 한다. 조정과 통합,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의 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 대표는 또한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정황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사과하고 사법적 판단을 받을 부분이 있다면 응해야 옳다. 이 대표가 ‘박근혜의 복심(腹心)’이란 과거는 잊고, 주권자만 바라보고 나아갈 때 새누리당의 살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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