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조세정의 강조한 130개국 법인세율 최저 15% 합의

2021.07.02 20:40

법인세율 인하는 최근 국제적인 추세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명분인데, 일부 국가는 세율을 10%까지 내려 외자 유치에 나섰다. 실제로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은 세율이 낮은 조세회피처를 찾아 본사를 옮겼다. 법인세율 인하 경쟁은 주요국 법인세수 감소를 초래했고, 사회복지 수요 증가를 감당하려면 소비세와 소득세 등 세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에 경감시켜준 부담을 시민이 떠안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조세 환경을 악화시켰다. 디지털 거래 활성화로 정보기술(IT) 기업은 이익이 폭증했다. 반면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은 소득이 급감했다. 각국은 실업대책과 경기부양에 돈을 쏟아붓느라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 대한 130개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저세율은 15%로 하고, 글로벌 대기업 이익 일부를 매출발생국이 과세(디지털세)하도록 한 규정이다. 지난 100년간 유지돼온 국제조세 원칙을 바꾸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법인세를 피하려고 낮은 세율 국가를 전전하는 글로벌 대기업의 꼼수를 차단하면서 국가 소비자를 상대로 돈을 벌고도 본사가 다른 국가에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는 횡포도 막을 수 있다. 글로벌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OECD는 최저 법인세율로 약 170조원, 매출발생국 과세로 약 113조원 증세 효과를 예상했다.

한국은 법인세율이 25%여서 최저 법인세율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 매출 27조원 이상·영업이익률 10% 이상’에 해당돼 매출발생국 과세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국내에서 거액을 벌어가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으로부터는 법인세 일부를 징수할 수 있다. 2023년 시행을 목표로 하는 이 제도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우선’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는 대비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세부담이 늘거나, 한국의 세수가 줄어들 우려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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