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정원 확대, 이번엔 꼭 이뤄야 의료 붕괴 막는다

2023.06.09 20:29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 8일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의사 수 확대는 필수의료를 유지하고 지역의료 공동화를 막기 위한 선결과제다.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약 반년 만에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을 평가한다.

의대 입학정원이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되면서 의료현장에서 갖가지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의사 공급 부족과 진료과목·지역 쏠림 현상이 겹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이 된 것이다. 특히 노동강도는 높고 건강보험 의료수가는 낮은 탓에 소아청소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가 태부족이다. 어린이 전문병원인 소화병원처럼 야간 및 휴일 진료를 줄일 계획인 아동병원이 10곳 중 7곳꼴이라고 한다. ‘응급실 뺑뺑이’는 무너지는 의료체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지역 병원의 의사 확충도 시급한 과제다. 보건소가 있지만 필수·응급 의료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진다. 의사들이 주거·교육 여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 공공병원들의 필수진료과가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지역의료 확충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은 지역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이곳에서 양성된 의료인력들이 10년간 해당 지역 공공병원 등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토록 하는 것이다. 여러 지자체가 의료 부족 해소를 위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의대는 일본에서도 도입돼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의협은 9일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 논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지역의료 붕괴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의협은 무작정 반대할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대안을 내놓기를 바란다.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더라도 필수진료과 의사 부족이 개선되기까지는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면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정부는 의사 수가 2035년까지 최대 1만4000여명 부족할 것으로 추산한다. 그렇다면 의대 정원을 의약분업 사태 이전의 3500명으로 원상회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의협은 직능 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국민 건강권을 지킬 해법 마련에 열린 태도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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