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도 너무한 선거용 지방행차, 이런 ‘귀틀막 대통령’ 없었다

2024.03.07 19:30 입력 2024.03.07 20:27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18번째 민생토론회 ‘대한민국 관문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에서 GTX 노선도를 가르키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18번째 민생토론회 ‘대한민국 관문도시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천’에서 GTX 노선도를 가르키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18번째 민생토론회 장소로 인천을 찾았다. 이번에도 “인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대한민국 도약의 지름길”이라며 지역 개발 약속을 쏟아냈다. 항공·항만·철도·도로와 배후부지까지 거론할 수 있는 건 다 망라했다. 새해 1월4일 첫 토론부터 이날까지 64일 동안 민생토론은 매번 이랬다. 전국을 돌며 선심성 약속이나 표심을 자극하는 개발 청사진만 쏟아냈다. 그러다 ‘총선 개입’ 논란이 커지더니 급기야 고발전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의 18번 민생토론회는 선거용 의혹을 살 만하다. 시기·장소부터 묘하다. 총선 전 100일이면 행여 시비에 휘말릴까 자제하는 것이 통상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 시기에 3.5일에 한 번, 즉 매주 두 번꼴로 전국을 순회했다. 대전·충남을 포함해 경부축을 중심으로 수도권과 영남권을 오갔다. 국민의힘 표 결집이 필요하거나 격전이 예상되는 곳들이다.

토론회 형식과 내용은 더욱 부적절하다. 윤 대통령이 정부 계획을 죽 밝히면, 참석자들이 그 정책이 필요한 고충을 이야기하고, 정부 관계자 답변과 윤 대통령 마무리 발언이 이어지는 식이다. 애초 반대 의견이나 다른 질문이 나올 공간은 없다. 각본에 따른 ‘일방 홍보쇼’라 해도 할 말이 없다. 내용도 그린벨트·군사보호구역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가덕도·대구경북 신공항 같은 개발 공약이거나 상속세 완화, 국가장학금 대폭 확대 등 선심성 계획들로 점철됐다. 대규모 재원이 들거나 국회 입법이 필수지만 재원 대책 등은 없다. 일단 던져놓고 보는 ‘선거 공약’ 의심이 들고, 재탕도 많다. 정작 시민들이 힘들어하는 고물가·고금리 등 민생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관권 선거’라며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 금지(85조)를 규정하고, 구체적 사례의 하나로 ‘즉시 진행하지 않을 사업의 기공식을 하는 행위’(85조1항5호)를 제시하고 있다. ‘당장 하지 않는 사업 발표’를 윤 대통령이 쏟아내는 건 누가 봐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열심히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며 요지부동이다. 이러니 입틀막에 더해 ‘귀틀막 대통령’이란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던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하며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당시 검찰 회의에선 3대 중점 단속 사안의 하나로 ‘공무원의 불법 선거 개입’을 꼽았다. 부메랑이 된 그 말이 윤 대통령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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