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산병원이 시작한 희망퇴직, 병원노동자 희생 우려된다

2024.04.09 18:57 입력 2024.04.09 20:36 수정

서울 한 대학병원의 접수 창구에서 지난 8일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대학병원의 접수 창구에서 지난 8일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아산병원이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내달 31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빅5’ 병원 중 희망퇴직을 받는 건 서울아산병원이 처음이다. 대상자는 올해 말 기준 50세 이상이면서 20년 넘게 근무한 일반직 직원이다. 의사는 제외됐다. 큰 병원의 경영 악화는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과도한 전공의 중심의 기형적 인력 구조가 화를 불렀다. 그런데도 병원이 내놓은 자구안이 또 다른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전가한 것이라니 유감스럽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그들의 생계는 하루아침에 위협받게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달 4일부터 간호사 등 일반 직원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았다. 병원 측은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역부족이어서 희망퇴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의·정 갈등 당사자인 의사는 놔두고 직원만 구조조정하겠다니 누가 받아들이겠나. 병원 손실을 의료 현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의 희생만으로 메꿔선 안 된다.

전공의 이탈이 8주차로 접어들면서 대형병원 경영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대병원·연세의료원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 직후인 2월 마지막 둘째주부터 지난달까지 수련병원 50곳의 수입이 지난해 동기보다 약 4238억원 줄었다. 대형병원의 높은 전공의 비중은 의료 왜곡의 주요 원인이었는데 그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사태가 악화되면 문을 닫는 병원도 나올 수 있어 걱정이 크다. 병원들은 경영 악화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떠밀게 아니라 함께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의·정 갈등은 이젠 환자 생명뿐 아니라 병원노동자 삶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의협·교수·전공의 간 내홍을 겪고 있다.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의·정 대화 예측도 힘들어졌다. 이 혼란에 의사들은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 의료계는 창구를 단일화해 사회적 협의체에 참여하고, 정부는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선지급 등 병원노동자 대량 실업을 막을 지원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그에 앞서 의·정의 최우선 목표는 진료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