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루 42명 자살’ 1월 통계, 한국 공동체가 붕괴하는 신호

2024.04.28 18:35 입력 2024.04.28 20:46 수정

김포시청 직원이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또 다른 직원이 지난 25일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지기 전 동료에게 ‘일을 못 마치고 먼저 가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아 자살로 추정된다. 지난 1년 사이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소년, 악성민원과 과로에 시달린 교사·공무원들의 안타까운 자살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한 달간 자살 사망자 수가 1306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19명(32.3%) 급증한 것으로 하루에 42명이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통계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지난 4일 통계청이 집계한 수치를 공개하며 자살 증가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1월 자살 사망자 1306명은 2021년, 2022년, 2023년 같은 달 사망자가 각각 998명, 1004명, 98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어난 수치다. 여성 사망자가 지난해 1월 298명에서 올해 1월 325명으로 9.1% 늘어난 데 비해, 남성은 689명에서 981명으로 42.4%나 증가했다. 정부가 전체 숫자와 성별 통계 외 다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 자살 급증의 정확한 원인 분석엔 한계가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에 어려워진 경제 상황, 취약한 사회안전망, 악화된 정신건강 문제가 자살 증가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남성 사망자 급증은 늘어난 가계 부채에 따른 가정 경제 악화가 자살 증가의 한 요인이 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해 12월 한 유명 배우의 자살이 일부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작성 이래 한국은 거의 줄곧 자살률 1위를 기록해왔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무한경쟁, 각자도생이 격화되고 있는 반면 공동체 의식은 허물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살아갈 용기를 잃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이토록 많은 사회에서 어떻게 젊은이들에게 아이를 낳고 키우라고 권할 수 있을까.

사회가 자살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자살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정부는 자살 통계를 상세하게 공개하고 원인 분석,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언론은 자살 보도를 자제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 복원이 절실하다. 나의 외로움을 표현하고 내 주변 사람들의 같은 아픔에 관심을 보이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문학평론가 고영직) 그것을 찾아내는 데 한국 사회의 운명이 달렸다.

한 시민이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한번만 더’ 동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 동상의 등 뒤에는 ‘여보게 친구야, 한번만 더 생각해보게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성동훈 기자

한 시민이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한번만 더’ 동상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 동상의 등 뒤에는 ‘여보게 친구야, 한번만 더 생각해보게나’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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