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는…

2014.07.10 21:10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광복절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 웬 대통령 경축사 타령이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 준비팀이 꾸려져 대통령의 말을 정리하기 시작할 시점이기에, 대통령이 이번 경축사에서 어떤 말을 꺼내느냐가 한반도 문제와 남북관계에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기에, 서둘러 해야 할 얘기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정동칼럼]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는…

우선, 경축사에 담을 말씀들은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와 남북관계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고려한 가운데 나와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지금 구조적으로 변화의 길목에 놓여 있다. 최근 북·일 관계는 자기 탄력을 가져가고 있고, 한·중관계는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당히 긴밀한 관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을 겨냥한 미·일동맹은 보다 견고해져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기존 한·미동맹과 확장하는 한·중 협력 사이에 외교적 스탠스를 잡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정세 변화가 북핵문제가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을 둘러싼 정세 변화가 6자회담 재개가 요원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하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목소리가 절실한 지금,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는 동북아 정세는 해소돼야 한다. 이를 위한 우리의 고민과 외교적 노력이 경축사에 담겨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절실함이 경축사에 담겨야 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남북관계는 남북당국이 풀어가야 하는 상황으로 진화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 한·중관계의 질적 도약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북·일관계 역시, 남북관계와 북핵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도 기본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 계기적인 상황도 그렇다.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9월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 참가 및 ‘미녀응원단’ 참관 등의 일정은 남북관계 개선을 현실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8, 9월 국면에 남북당국이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구조와 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관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박근혜 정부가 현 국면을 관계 개선으로 끌고 가는 능력을 보이는가, 그렇지 않은가? 8, 9월 국면에 어떤 대처를 하는가가 임기 내 남북관계 전반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정은 체제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를 강 대 강 대결구도로 계속 끌고 가면, 김정은 체제에 주는 부담이 크다.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을 남북당국이 유연하게 넘기면서 대화국면으로 돌파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환경과 계기는 대결구도의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축사는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들을 담아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 ‘드레스덴 선언’ 등 큰 틀에서의 이야기는 이미 다 했다고 본다. 이번 경축사는 추상적인 것 말고, 북한이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혹할 만한’ 것을 담을 필요가 있다. 이산가족상봉 정례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한 묶음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드레스덴 선언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보다 과감하게 하는 조처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오는 북측 선수단과 응원단에 대한 환영과 함께 공동 입장, 공동 응원 등도 담으면 좋을 것이다.

경축사에 북핵 문제의 언급은 전략적으로, 이번엔 빼거나 원론적인 언급 정도에 그치는 게 나을 듯싶다. 북핵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제적 조치가 없으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기 어렵다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담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조건을 걸어 남북관계를 얘기할 시점이 지금은 아닌 것 같다. 8, 9월 국면에서 대통령의 경축사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동력이자 촉매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대화공세에 진정성 여부만 따지기보다는 실제 가능한 것부터 해보자. 뭔가 우리가 해보자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내용을 담길 바란다. 당장 북한이 제안한 7월15일 체육실무회담이 청량한 소나기처럼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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